[기업Hi스토리] 우편에서 시작된 ‘넷플릭스’, 세계적인 OTT가 된 비결 
[기업Hi스토리] 우편에서 시작된 ‘넷플릭스’, 세계적인 OTT가 된 비결 
  • 김희연 기자
  • 승인 2024.11.27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전략으로 거듭난 넷플릭스 이야기
넷플릭스 로고./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로고./사진=넷플릭스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투둠(Tudum)~”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상을 실행할 때 울리는 시그니처 사운드는 이제 지상파 뉴스 오프닝 사운드보다 귀에 익는 소리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의 글로벌 1위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 OTT 기업이자 전 세계 최대의 OTT 플랫폼이다. 멤버십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며 요금제는 국가별로 상이하다.  '넷플릭스'라는 이름의 유래는 인터넷(net)+영화(flix)의 합성어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북쪽의 로스가토스(Los Gatos)와 남쪽의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 있다. 

우편에서 시작된 넷플릭스
1997년, 마크 랜돌프와 리드 헤이스팅스가 설립한 넷플릭스는 1998년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를 시작하며 비디오 대여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비디오 대여점과는 달리 매장을 운영하지 않았다. 대신, 고객이 넷플릭스 웹사이트에서 원하는 DVD를 선택하면 이를 우편으로 배송해 주는 혁신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우편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고객은 DVD를 선납된 반송용 봉투에 담아 우체통에 넣는 것만으로 간편하게 반납할 수 있었다. 연체료 부담 없이 월정액으로 DVD를 무제한으로 대여할 수 있는 구독형 요금제를 제공하며 더욱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은 영토가 넓고 인구가 분산된 미국에서 큰 경쟁력을 발휘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필요 없이 인터넷을 통해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다는 편리함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DVD를 리스트에 추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혁신이 깃든 넷플릭스 서비스는 전통적인 비디오 대여점을 빠르게 대체하며 이후 디지털 스트리밍으로의 전환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적인 OTT 서비스가 된 비결
넷플릭스는 DVD 대여 서비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2007년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물리적 DVD 없이 인터넷을 통해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즉시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도입된 지 불과 2년 만인 2009년, 연간 스트리밍 영화 시청 건수가 넷플릭스의 전통적인 DVD 대여 건수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트리밍이 넷플릭스의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자리잡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무엇보다 스트리밍은 DVD 대여와는 달리 물리적인 재고 관리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에 유리했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이를 바탕으로 2010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고, 현재는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2억 명 이상의 시청자에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며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단순한 콘텐츠 유통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같은 전략적 투자를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시청자를 사로잡는 53초의 마법, 태그(TAG)
넷플릭스는 콘텐츠 자체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편의에도 집중했다. 

맞춤형 콘텐츠 썸네일, 예고편, 간결한 요약 등을 통해 시청자가 콘텐츠를 빠르게 이해하고 흥미를 느끼도록 돕는다. 특히 태그는 짧은 미니 프리뷰 역할을 하며, 시청자가 특정 콘텐츠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레이 아나토미’는 ‘감성적’이고 ‘드라마틱한 작품,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과감’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지닌 작품, ‘그래비티’는 ‘긴장감 넘치고’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작품. 

이 태그들은 프로그램이나 영화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고자 고안된 것이다. 넷플릭스의 수천 가지 타이틀에 붙어 있는 두세 개의 단어는 시청자가 ‘재생’ 버튼을 누르게 하는 중요한 열쇠이자,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는 또 하나의 비결이다.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 속에서 시청자들이 직관적으로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단어들은 약 30명으로 구성된 '태거(Tagger)'라는 직원들이 신중하게 선택한다. 구독자가 보게 되는 태그는 시청 기록을 기반으로 개인화돼 표시된다. 넷플릭스 디렉터인 앨런 도널드는 “잡지 표지에 헤드라인이 없다면, 사진만 보고 내용을 짐작해야 할 겁니다. 태그는 표지 헤드라인만큼 ‘이건 내가 찾던 것이야’라는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수년에 걸친 실험 끝에,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선택하도록 돕는 다양한 도구들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넷플릭스의 최고 제품 책임자인 유니스 김은 "평균적으로 시청자가 53초 안에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그 콘텐츠를 시청할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고 말했다. 태그를 제거하는 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실험 결과 참여율이 급격히 하락했다. 태그가 사라지자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선택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됐고,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 재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앨런 도널드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콘텐츠를 선택하기 어려워하거나 무엇을 보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태그의 부재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태그는 넷플릭스의 성공적인 사용자 경험 설계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국내 넷플릭스 동향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흑백요리사 등 한국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며 국내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자리를 굳혔다.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현재까지 부동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관 방문객 수가 감소하고 OTT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넷플릭스는 큰 수혜를 입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 사용자 수는 1180만 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쿠팡플레이(761만 명) △티빙(705만 명) △웨이브(260만 명) △디즈니플러스(224만 명) △왓챠(60만 명)가 따르고 있다. OTT 플랫폼 단독 이용자 비율에서도 넷플릭스는 46%로 가장 높았으며, △쿠팡플레이(39%) △티빙(31%) △웨이브(24%) △왓챠(17%) △디즈니플러스(16%)가 뒤를 이었다. 이는 ‘오징어 게임’, ‘흑백요리사’와 같은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국내외에서 성공하며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모은 결과로 분석된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는 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와도 협력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추가 비용 없이 넷플릭스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소개되면서, 한국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와 성장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강력한 성장세로 국내 OTT 플랫폼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티빙도 네이버와 협업으로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에게 방송 무제한(라이브, 시리즈) 이용권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 티빙에서 독점 중계했던 한국프로야구(KBO) 시즌이 종료되면서, 기존에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티빙을 이용하던 사용자가 넷플릭스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OTT의 절대강자 넷플릭스를 두고, 국내 플랫폼들이 어떤 전략적 돌파구를 마련하느냐가 향후 한국 OTT 시장의 경쟁 구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