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고은천, 마쓰야마성, 근교 여행 등 관광객에게 친절한 여행루트
옛 모습 그대로의 건축물과 고요한 골목길, 소도시에서 느끼는 여유
[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오사카, 후쿠오카, 도쿄, 삿포로처럼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일본 여행지에서 나아가, 일본의 색다른 매력을 찾아 소도시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은 시코쿠 지역 에히메현에 있는 잔잔한 소도시 ‘마쓰야먀’다. 겨울에도 평균기온이 5~10도일 정도로 연중 온화한 날씨 덕분에 사계절 언제든 방문하기 좋은 여행지로 꼽힌다. 기자가 방문한 11월의 마쓰야마는 가디건이나 자켓 등 가벼운 아우터 한 벌이면 충분했다.
마쓰야마는 소도시치고 편리한 교통과 풍부한 관광인프라를 자랑한다. 야놀자에서 괜히 일본 소도시 검색률 1위를 차지한 게 아니다. 인천에서는 제주항공이, 부산에서는 에어부산이 단독으로 취항하며 항공사와 교통, 관광 등 마쓰야마시가 제휴하는 한국인 혜택이 제법 쏠쏠하다.
#마쓰야마의 랜드마크
마쓰야마는 시코쿠 지방의 최대 도시지만, 트램을 타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특유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렇게 붐비지도, 아주 조용하지도 않은 미캉(みかん, 귤을 뜻하는 일본어)의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기자기한 분위기다.
첫날 도고온센역에 내리자 ‘봇짱 가라쿠리 시계’의 정각 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쓰야마는 나쓰메 소세키의 유명 소설 ‘도련님’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도련님은 일본어로 ‘봇짱(坊ちゃん)’이다. 시계에서는 정각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나오는 꼭두각시 인형극이 펼쳐진다. 기자는 우연하게도 오갈 때마다 봇짱의 시계탑 인형극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도고온천은 3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유바바 온천장의 실제 모델이 된 곳으로 유명하다. 제주항공과 마쓰야마시에서 제공하는 쿠폰으로 도고온천 별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근처에 있는 족탕은 무료로 개방해 여행객들이 잠시 발을 담그며 담소를 나누는 장소가 되고 있다.
국가 중요문화재를 놓치면 서운하다. 마쓰야마에는 1602년 에도시대에 축성을 시작한 일본 유명한 성중 하나인 마쓰야마성이 있다. 도시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마쓰야마성에는 전국에 12개밖에 남지 않은 천수각이 있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면 한국인에게 로프웨이와 리프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쉽게 천수각을 오갈 수 있다. 이날은 비가 와서 아쉽게도 스릴을 즐길 수 있는 1인용 리프트는 운행하지 않았다.
#오카이도상점가 근처
오카이도상점가는 대도시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기념품 등 쇼핑거리와 온갖 먹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귤로 유명한 마쓰야마는 감귤로 만든 주스와, 타르트, 젤리,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맛보고 귀여운 ‘미깡’의 감귤 굿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스크림을 다섯 번이나 먹은 건 ‘안비밀’이다. 외에도 대표적인 먹거리로 도미밥과 봇짱당고를 빼놓을 수 없다.
상점가 근처에도 볼거리가 있다.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일본 근대식 주택인 반스이소와 언덕위의구름 뮤지엄이다. 언덕위의구름 뮤지엄은 설명이 죄다 일본어인 만큼 현지인들로 가득해 진짜 외국의 박물관에 온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바이신지와 시모나다
메인 도시에서 살짝 벗어나 바다에서 마주한 석양을 만끽하는 것도 소도시를 여행하는 즐거움 중 하나다.
첫날 방문한 바이신지는 날씨는 좀 흐렸지만, 조용히 바다 감성에 사로잡히기 좋았다. 기찻길 아래 넓게 펼쳐진 해변에 다다르자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바다 옆 무인역인 시모나다역은 마쓰야마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이는 장소였다. 철도 애호가들에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진 명소로, SNS에서 유명세를 탄 모양이다. 드문드문한 기차 시간대도 여행객들이 ‘정모’를 할 수 있던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역에서 우측으로 걸어가면 보이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배경 바다 철길은 지나치게 기대한다면 매우 실망할 수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간 흔적에 각종 쓰레기가 즐비하다. 또한 만조라면 사진처럼 바다 철길이 안 보이며, 개인의 사유지라 주인이 관광객들의 방문을 꺼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시모나다역의 석양은 잠깐의 실망을 보상할 만큼 아주 아름다웠다. 둘 중 한 곳만 방문해야 한다면 조금 더 가깝고 여유롭게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바이신지를 추천한다.
#우치코
탁 트인 자연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우치코와 이요오즈는 JR마쓰야마 역에서 특급열차를 타면 1시간 이내로 도착해 근교 당일치기 여행으로 추천되는 코스다.
우치코는 마쓰야마 시내에서 42km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로, 자연과 어우러진 목조 건축물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시피 해 기자는 전기자전거를 대여해 마을 곳곳을 둘러봤다. 에도 시대 후기부터 메이지 시대 걸쳐 지어진 목조 건축물들이 현재까지 잘 보존돼 있다.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정원이 시선을 사로잡는 가미하가 저택은 왁스나 양초를 만드는 재료인 목랍 생산 발전의 중심이 됐던 부자 가문의 집이다.
저택에는 주방, 창고, 목재 왁스 생산 시설이 그대로 남아있어 과거의 생활 양식과 지역 산업 모습을 함께 엿볼 수 있다. 기자는 이날 쿠폰을 두고 온 바람에 바보같이 입장료를 지불했지만, 가미하가 저택 역시 공항에서 받은 무료입장권을 사용할 수 있다.
1916년에 세워진 순 일본 양식의 본격적인 연극 소극장인 우치코자는 아쉽게도 휴무일이었다.
#이요오즈
우치코역에서 특급열차로 30분 정도 더 가면 이요오즈역에 도착한다. 이때도 전기자전거의 힘을 빌려 제일 먼저 가류산장에 다다랐다.
가류산장은 강 너머 바라보이는 호라이산의 모습이 용이 누워있는 것 같다고 해서 산장 이름을 '가류(臥龍)'라고 붙였다고 한다. 눈에 담아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만큼의 장관이 펼쳐졌다.
특히 푸른 산세와 마주하고 있어 그 분위기가 더욱 멋들어지며, 저택 한 공간에 누워 자연을 만끽하면 천국이 따로 없다.
이요오즈의 또 다른 명소인 반센소는 부유했던 사업가 '마쓰이' 형제가 건축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옛 별장이다. 무역 회사를 경영했던 '마쓰이' 형제가 동남아 목재를 이용해 지은 곳으로, 당시 건축 양식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발코니'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사랑방, 다실 등 내부 공간 어디서든 정원이 보이는 구조로 건축돼, 사방으로 숨통이 트인다.
반센소에 방문하면 저택의 구조와 역사를 포함해 생활용수를 모아두던 '요코우물'을 친절히 설명해 주는 직원을 만날 수 있다.
마쓰야마 여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과거와 숨 쉬는 여유로운 힐링의 도시’라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도고온천, 웅장한 마쓰야마성, 문학과 예술의 흔적이 담긴 고풍스러운 문화재의 매력과 함께 근교 여행으로 ‘쉼’을 선사한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잔잔하면서도 특별한 여행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마쓰야마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