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는 “점유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해 유치권 성립여부가 불분명하다”
법원공무원 아닌 법관에 의해 판단 받겠다? 항소 예고에 길어진 갈등양상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올해 여름 A씨는 수십억원을 들여 부동산 거래를 진행했다. 세금도 잔금도 다 치렀기 때문에 사들인 건물에서 레스토랑 등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돌연 모르는 남성 수십명이 새벽에 건물에 쳐들어와서 점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해당 부동산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디에도 이들이 유치권을 주장할 법적근거는 없었다. 법원에서도 유치권 성립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지만 불법행위는 계속되고 있고, A씨는 정당한 방법을 통해 소유권을 취득하고도 사업을 못하는 황당한 처지에 놓였다. A씨는 불법으로 무단점거하면 없던 유치권이 생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본지는 지난 6일 게재한 국회 코앞에 두고 벌어진 ‘서울마리나’ 폭력사태…‘오함마‧정글칼’ 등장 제하의 기사를 통해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적법하게 ‘서울마리나’를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M사의 유치권 주장 때문에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R사 입장 외에도 서울마리나에 대한 유치권‧점유권‧소유권을 다 갖고 있으므로 정상적인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라는 M사 관계자의 발언을 함께 다뤘다.
하지만 본지가 추가로 입수한 다수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마리나의 소유권은 명백히 R사에 있었고 각종 세금 역시도 R사가 전부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M사에서 주장하는 ‘유치권’과 관련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2월10일 ‘유치권에 의한 부동산 임의경매’ 관련 결정문에서 “점유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해 유치권 성립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M사가 신청한 경매신청을 각하했다.
유치권에 의한 부동산 경매의 경우, 유치권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면 허용되지 않고 효력이 미치는 부동산에 한해서만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효력이 미치는 범위를 특정할 수 없고, 점유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유치권 성립여부가 불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쉽게 말해 M사가 서울마리나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고 점유사실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마리나의 유치권 뿐만 아니라 소유권과 점유권까지 갖고 있다는 M사 관계자 발언과 배치된다.
서울마리나 ‘소유권’과 관련해서도 “서울마리나에 대한 유치권‧점유권‧소유권을 다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정상적인 권리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던 M사 현 대표의 발언과는 달리, 실질적 소유자는 R사라고 볼 수 있는 근거들이 다수 존재했다.
서울시는 R사 앞으로 계속해서 하천변상금과 하천사용료 체납고지서를 전달했는데, 그 금액만 9400만원에 달했고 R사가 이를 전부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소유권이 정말로 M사에 있다면 서울시는 M사 앞으로 체납고지서를 송부했을 것이다.
등기권리증에도 서울마리나의 소유자는 R사라고 표시돼있었고, 등기필정보 및 등기완료통지서에도 권리자는 R사라고 분명히 기재돼있었다.
R사는 사업자등록증과 하천점용허가증까지 받은 상태이며, 적법하게 서울마리나를 인수했음을 확인해줄 만한 ▲부동산 매매 계약서 ▲소유권 이전 본등기 신청 ▲취득세(부동산) 납부확인서 등의 서류 역시도 본지가 입수했다.
M사가 주장하는 유치권의 근거는 2022년 3월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결정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법원은 서울마리나의 전 소유주인 Q사가 M사를 상대로 신청한 부동산인도명령 신청을 기각했는데, 그 이유가 “M사가 Q사(매수인)에 대항할 수 있는 유치권에 의해 점유하고 있음이 소명됐다”는 것이었다.
2022년 3월 결정문이 나왔을 당시에는 M사가 점유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치권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4년 12월10일 ‘유치권에 의한 부동산 임의경매’ 관련 결정문에서는 “점유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해 유치권 성립여부가 불분명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던 만큼, 현재로서는 M사의 유치권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든 실정이다.
거기다 유치권의 대상은 타인의 물건으로, 자기 소유의 물건에 대해서는 유치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유치권 뿐만 아니라 점유권‧소유권을 모두 갖고 있다는 M사 관계자의 발언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 셈이다.
그리고 점유가 상실되면 유치권 역시도 자동 소멸되며, 민법 제320조에 따르면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서울마리나 외관에는 M사 관계자들이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유치권 행사 중’ 또는 ‘임차권 행사 중’ 등의 플랜카드가 붙어 있다. 최근 법원에서 유치권에 대해 성립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M사의 이같은 점유 시도가 불법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유치권 주장은 커녕 불법행위에 따른 법적처벌까지 부담해야 한다.
본지는 일련의 취재를 바탕으로 M사 현 대표 B씨에게 정말 유치권‧점유권‧소유권을 다 갖고 있는게 맞는지, 법원에서 점유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유치권 성립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한 입장 등을 문의했다.
그러자 M사의 현 대표 B씨는 “서울마리나의 소유권은 M사가 아닌 R사에 있다. M사는 이전 소유자인 Q사로부터 2031년까지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며 “M사는 55억 상당의 공사대금채권에 관해 주식회사 서울마리나를 상대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고, 현재 서울마리나를 점유하고 있으므로 유치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경매 사건들에서도 M사는 유치권을 신고하는 등으로 법률상 권리를 행사했고, 법원도 M사의 유치권을 인정한 바 있다”고 재차 반박했다.
이어 M사의 유치권 성립여부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한 12월10일 서울남부지방법원 결정문에 대해서도 “M사는 바로 항고장을 접수했고 곧 항고법원에서 이를 심리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M사가 서울마리나를 점유하고 있음은 명확한 사실이다. 해당 경매 사건을 법원공무원이 판단한 것과 달리, 항고법원에서는 법관들에 의한 판단이 이루어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M사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적지 않다.
유치권 관련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치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점유상태가 계속 지속돼야 하고, 중간에 점유상태가 상실되면 유치권 역시도 자동 소멸된다”며 “이후 점유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률상 권원이 없는 한 무단점유에 지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6일 본지가 서울마리나에 취재차 방문했을 당시, 인근에는 경찰차까지 대기 중이었다.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경찰은 “유치권, 유치권”이라고 짧게 답변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본지는 국회 코앞에 두고 벌어진 ‘서울마리나’ 폭력사태…‘오함마‧정글칼’ 등장 제하의 기사를 작성할 당시, 관할 경찰서인 영등포경찰서에 수차례 문의를 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
그리고 R사의 변호인은 “경찰과의 소통 과정에서 상당히 고압적으로 추궁하는 듯한 수사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M사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M사의 유치권 행사 자체가 불가능한데다가, 새벽에 정글칼‧오함마까지 동원한 이들이 R사 소유의 건물에 무단 침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서 ‘유치권’을 이유로 들며 현장에서 대기만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