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GM(제너럴모터스)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구조조정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평공장이 GM 본사 측의 향후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GM은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어오다 끝내 ‘완전 철수’ 설까지 나돌던 상황이라 관련업계 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 및 지역사회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올해 5월말까지 군산공장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군산공장은 최근 3년간 가동률이 약 20%에 불과한데다 가동률이 계속 하락해 지속적인 공장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게 한국GM 측 설명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번 조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구조를 조정하기 위한, 힘들지만 반드시 필요한 우리 노력의 첫걸음”이라며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받게 될 직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GM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측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 측은 “경영진은 5월 말까지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군산공장 정상화를 위한 노조 요구를 무시한 결과로 빚어진 적자 경영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행태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오는 14일 군산공장에서 긴급 확대간부회의와 결의대회를 열고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철회를 촉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평공장이 국내 다른 공장에 비해 가동률이 높은 만큼 당장 구조조정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형 아베오와 트랙스, 중형 말리부와 스포츠유틸리티(SUV) 캡티바를 생산하는 부평공장은 현재 1공장 가동률이 100%, 2공장이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준중형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는 군산공장은 최근 가동률이 20%를 밑돌았던 상태다.
그럼에도 한국 GM 노조는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투쟁을 예고했고 인천시와 부평구, 인천자동차발전협의회는 크게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GM 본사 측이 추가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거나 군산공장 노동자 고용 일부를 부평공장이 떠안을 가능성이 남아있어 부평공장 안팎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M이 ‘완전 철수’라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완벽하게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인천시와 부평공장이 있는 부평구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역 자동차산업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16개 기관과 단체, 61개 기업이 만든 인천자동차발전협의회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는 한국GM을 최종 수요자로 해 자동차 관련 부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이 500곳이 넘는다. 연관 산업 분야까지 감안하면 대략 2000여개 이상 자동차 관련 기업이 몰려있다.
아울러 부평공장은 직접 고용한 인력만 1만1000여명에 달해 창원과 군산공장 2곳을 합친 5200여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1차 협력업체 고용 인원만 해도 2만6000여명에 이른다.
앞서 지난 8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지자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을 만난 안정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협력하자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GM은 글로벌 신차 배정을 위한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며 “한국GM의 경영 정상화와 관련해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2월말까지 이해 관계자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유 시장은 군산공장 폐쇄 소식이 알려지기 전 오는 22일 한국GM 노조 쪽과도 만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인천시 관계자는 “부평공장은 군산공장과 달리 가동률이 높아 폐쇄까지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지엠 지분을 17%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지원, GM의 신차 배정과 구조조정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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