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2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다음달 12일 개최 예정이었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한 가운데 증권시장이 ‘패닉’ 상태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밤 뉴욕증시는 북미정상회담 무산 영향으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0.3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20%), 나스닥지수(-0.02%)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25일 오전 10시 3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6.73포인트(-0.27%) 하락한 2459.28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13.21포인트(0.54%) 내린 2452.80에 개장, 한때 2444.77까지 후퇴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외국인은 1354억원 순매수하고 있다. 기관도 1127억원 사들이고 있다. 개인은 홀로 2473억원 순매도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6.13%), 건설업(-4.64%), 기계(-3.46%), 철강금속(-2.84%), 섬유의복(-2.63%) 등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1.36%), SK하이닉스(2.43%), 셀트리온(3.02%), 삼성바이오로직스(2.99%), LG화학(2.32%) 등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0.71%), POSCO(-2.52%), 삼성물산(-0.39%), KB금융(-0.36%) 등은 하락 중이다.
현대로템(-15.44%), 현대엘리베이터(-14.64%), 현대건설(-9.48%), 쌍용양회(-7.82%) 등 남북 경협 관련주들은 급락하고 있지만 장 초반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줄어든 모습이다. 같은 시간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5.40포인트(-0.62%) 내린 867.92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완전 결렬 보다는 협상이 연장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간 정상회담 기대감에 힘입어 남북 경협주가 상승했던 만큼 단기적으로 주식의 조정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성명과 미국의 정상회담 취소는 '비핵화'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상이한 입장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면서도 “북미 정상회담 취소가 북미 대화의 완전 결렬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과 달리 인터뷰나 트위터가 아닌 공개서한을 보낸 점, 공개서한의 표현에는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우할 의지가 있다는 유화적인 제스처가 담긴 것과 북한의 마음이 바뀐다면 전화나 편지를 달라고 당부한 점에서 완전 결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서한에서 김정은을 언급할 때 ‘각하(His Excellency)’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국가 정상급 인사에게 붙이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개서한의 형식과 내용을 놓고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북미 관계를 협상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것보다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라’라는 압박에 가까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여전히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대화에 나선 근본적인 배경(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로 인한 외화 고갈)을 감안하면 북미 관계가 과거로 돌아갈 가능성은 작다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는 대북 관계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4~5월 남북 경협주가 북미 정상회담의 기대감으로 상승했던 만큼 이들 주식은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비핵화·시장 개방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며, 추격 매도보다는 조정 후 저가 매수 대응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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