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미국發 관세 위협에 국내 철강업계가 바짝 몸을 움츠리고 있는 가운데 동국제강은 올해 2분기 영억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감소했음에도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1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올해 2분기 매출액 1조5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소폭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2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0.6%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은 철강업계 '빅3'로 불리는 포스크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3사 가운데 가장 초라한 성적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2분기 연결 회계 기준 매출액 16조833억원, 영업이익 1조25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6%, 27.9% 증가해 ‘빅3’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현대제철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액 5조4477억원, 영업이익 37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1%, 7.0% 성장했다.
하지만 동국제강 측은 브라질 CSP 제철소가 지난 2016년 하반기 가동 이후 처음으로 올해 상반기 영업흑자로 전환된 점을 들어 향후 실적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2분기 봉형강이 전년 수준으로 판매를 회복하며 영업이익은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라며 “브라질 CSP제철소는 가동 이후 처음으로 27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브라질 헤알화 가치하락으로 인해 순이익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브라질 CSP제철소는 지난 3일 슬래브 누적 출하량 500만t(톤)을 달성했다. 슬래브는 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식혀 만든 널빤지 모양의 철강 반제품이다. 슬래브에 열을 가해 눌러서 후판과 열연강판 등 다양한 철강 제품을 제조한다.
지난 2016년 6월 고로(高爐) 화입을 시작한 CSP제철소는 가동 첫해 102만t의 슬래브를 생산했다. 지난해 슬래브 생산량은 243만t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155만t가량의 슬래브를 생산했다. 지난해 8월부터 12개월 연속 가동률 100%를 달성하며 연말까지 연간 최대 생산량인 300만t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지난 1954년 문을 연 동국제강은 고철을 녹여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 업체로 출발했다. 여러 차례 고로 사업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 1978년 인천제철(구(舊) 현대제철) 민영화 당시에는 현대그룹에 고배를 마셨다. 같은해 정부의 제2제철소 사업(현(現)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포항제철(현(現) 포스코)에 밀리기도 했다.
고(故) 장경호 창업주와 고 장상태 2대 회장이 이루지 못한 동국제강의 꿈을 3대째인 장세주 회장(65)과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56)이 이뤄냈다.
지난 2001년 회장에 취임한 장 회장은 철광석이 풍부하고 북미·유럽 시장과도 가까운 브라질을 제철소 부지로 점찍었다.
이후 2005년 브라질 세아라주와 투자협약(MOU)을 맺으며 고로 제철소 사업을 공식화했다. 동국제강은 본사 사옥(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을 4200억원에 매각하는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CSP제철소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관련업계에서는 CSP제철소를 둘러싼 대외 환경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최근 3년(2015~2017년) 수출 물량의 70%로 철강 쿼터(물량 제한)가 적용되는 한국과 달리 브라질은 100% 쿼터를 확보해 관세 폭탄에서 자유롭다.
아울러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 강화로 현지 시장의 슬래브 가격이 상승하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t당 450달러였던 브라질산 슬래브 가격은 이달에는 562달러로 24.9% 올랐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CSP가 수익 구조를 안정화 시키고 수익성을 지속 확대할 수 있도록 포스코, 브라질 발레(VALE) 등 주주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방침”이라며 “3분기 봉형강, 후판, 아연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모든 주력 제품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