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책 사용하는 트럼프, 볼턴은 강경 발언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인 발언은 미국의 대북 입장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초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아베 신조 총리와의 미일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북한은 오랜 기간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고 핵실험도 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사실상 이번달 초에 발사한 것을 ‘미사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점에서 (관련) 활동은 매우 적다”며 “북미 간에는 경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최근 매우 작은 활동만이 행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다음에 무엇이 일어날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보좌관과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교도통신,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볼턴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유엔 결의는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번달 초 발사한 것에 대해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이번 시험 발사에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이 포함되어 있어 의심의 여지가 없다(no doubt)”고 강조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다음 단계는 김 위원장이 그 문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투트랙 전략으로 해석된다.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은 자국용 정치적 멘트라고 해석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닫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자국의 정치권은 달래면서 북한과의 대화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이런 투트랙 전략에 대해 북한이 어떤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볼턴을 맹비난한 북한,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북한은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맹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으며 날아가기 마련인데 사거리를 논하는 것도 아니라 탄도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그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더러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나 같다”고 주장했다. 볼턴 보좌관에 대해서는 “우리 군대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을 유엔 안보리 결의위반이라고 걸고들었는데 정도 이하로 무식하다”면서 “안전보장을 위해 일하는 안보보좌관이 아니라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구조적으로 불량한 자의 입에서 항상 삐뚤어진 소리가 나오는 것은 별로 이상하지 않으며 이런 인간오작품은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난이 아닌 볼턴 보좌관에 대한 비난을 가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끊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에 대한 비난을 가하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채널은 유지하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북한의 대외주간지 통일신보가 우리 정부를 향해서 “북남선언에 밝혀져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차적이고 시시껄렁한 인도주의 지원과 비정치적 협력교류나 좀 한다고 일이 제대로 풀릴 수 있겠느냐”고 힐난했다. 이는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비난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 정부에게 ‘근본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것을 촉구한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근본문제 해결은 미국과의 대화에서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받아내기 위해 우리 정부도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식량 지원이 아닌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가동은 물론이고 북한에 대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