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뷰] 대기업 면세점 입찰 불참, 예견된 파국 ‘셋’
[이코리뷰] 대기업 면세점 입찰 불참, 예견된 파국 ‘셋’
  • 이성민 기자
  • 승인 2019.11.11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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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이낸셜리뷰=이성민 기자] 면세점 사업이 이제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불과 4년전만 해도 면세사업권을 따기 위해 뇌물수수 혐의까지 받아갔던 대기업들이 이제 너도나도 면세점 사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이 11~14일 진행하는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절차에 면세점 빅3(롯데, 신라, 신세계)가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은 서울 3곳, 광주 1곳, 인천 1곳, 충남 1곳 등이다. 업계의 반응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이제 면세사업은 ‘사향산업’이 됐다는 것이다. 워낙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대기업들이 손사레를 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면세사업이 규모의 경제이기 때문에 대기업 이외에는 손을 뻗을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면세사업은 더 이상 대기업의 진입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예견된 파국 1. 정부의 허가권 남발

면세사업이 ‘블로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바뀌게 된 것은 정부의 허가권 남발 때문이다. 면세점은 2015년 6개에서 13개로 늘었다. ‘관광 인프라 및 기업혁신투자 중심의 투자 활성화’를 꺼내들면서 면세점 진입 장벽을 낮췄다. 지난해 관세법을 개정하면서 지방자치단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보다 20만명 증가하거나 매출액이 2천억원 이상 늘어나는 두 가지 요건만 충족해도 신규 면세점을 허가하도록 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면세점을 유치하면 그것이 ‘공적’이 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어필을 할수 있게 되면서 중앙정부의 ‘관광활성화’와 지방정부의 ‘치적쌓기’가 맞물리게 되면서 정부의 허가권이 남발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허가권 남발로 인한 출혈경쟁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면세점이 많아지게 되면 면세점끼리의 출혈경쟁은 불가피하다.

예견된 파국 2. 면세사업자의 손쉬운 경영 스타일

면세점끼리 출혈경쟁을 하게 된 이유는 정부의 허가권 남발에도 있지만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하려고 하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른 전체 면세점 매출은 2016년 12조 2천757억원에서 지난해 18조 9천602억원으로 54% 증가했다. 매출이 증가했지만 면세사업자 대다수가 적자 신세이다. 그 이유는 전체 고객 80%에 달하는 중국 보따리상을 유치하느라 송객수수료(고객 유치를 위한 여행사에 내는 수수료)를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면세사업자 송객수수료는 6천369억원이다. 송객수수료가 매출의 최대 40%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외국인 관광객들을 면세점으로 눈길을 돌리게 하기 위한 각종 인프라를 구축할 생각이 없이 손쉬운 고객 유치 수단으로 보따리상 유치하는 송객수수료에만 매달렸기 때문이다. 중국 보따리상뿐만 아니라 관광객 유치의 다변화를 꾀하는 등의 경영활동을 해야 하는데 오로지 중국 보따리상에만 매달린 결과가 오늘날 면세사업이 ‘레드오션’이 되게 만들었다.

예견된 파국 3. 중국 보따리상의 변화

또 다른 문제는 중국 보따리상의 변화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중국인 관광객 대상 영업을 하기 어려워졌고, 중국 보따리상이 주요 고객이 됐다. 문제는 중국도 온라인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중국 보따리상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려는 중국인들이 직접 온라인을 통해 한국 물건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중국 보따리상들 역시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따라서 면세점으로서는 중국 보따리상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보다 더 싸게 팔아야 하고, 이들을 유치하는 여행사에게 지불하는 수수료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보따리상에 의존한 형태의 면세사업이 결국 오늘날 ‘레드오션’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관광업계에서는 면세사업이 앞으로 더욱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 보따리상 중심의 면세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숫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중국 정부의 입김 한번에 좌지우지 되기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 유치보다는 동남아 혹은 중동 등으로 그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사업은 당분간 레드오션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 진입은 앞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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