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시달린 택배 노동자, 결국 자살로
로젠택배 부산 강서지점에서 일하던 택배기사 A씨는 올해 2월부터 부산 강서지점과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고 택배일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20일 생활고의 이유로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과도한 권리금을 내고 택배일을 시작했지만 월수입이 200만원도 못 미치면서 각종 생활고에 시달렸다. 택배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시험에 차량 구입 그리고 전용 번호판까지 준비해야 하지만 현실은 2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한진택배에서 근무하던 B씨(36)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하루 전 400여개 달하는 물량을 배정받아 배송업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에서는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새벽 4시 30분까지 배송하고 돌아갔다는 것이 동료들의 증언이다. 이처럼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송 시작 전 실시하는 ‘분류작업’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분류작업이란 기사가 택배를 운송하기 전에 자신이 맡게 될 상품을 찾아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통상 오전 7시부터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1~2시까지 분류작업을 한다. 하지만 배송 건당 수수료만 받기 때문에 5시간의 분류 작업 시간에 대해서는 별다른 임금 보상이 없이 공짜 노동을 하는 셈이다. 더욱이 특수고용형태근로자이기 때문에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사업주의 암묵적인 강요로 인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산재보험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 택배 회사들이 새벽 배송 혹은 총알 배송 등을 내걸면서 택배 노동자들을 더욱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노동자 보호 대책 발표
이런 가운데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택배 노동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한진택배는 26일 심야 배송 중단, 분류 지원 인력 1천명 투입 등을 담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밤 10시 이후 이뤄지는 심야배송은 다음달 1일부터 중단하며, 이에 따른 미배송 물량은 다음날 배송하고, 화~수요일에 몰리던 물량은 다른 날로 분산하기로 했다. 또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는 분류 작업 지원을 위해 인력 1000명을 투입한다며, 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집배센터별 작업 상황을 고려, 순차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전문 컨설팅 기관과 택배대리점 간 협의를 거쳐 택배기사가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해 적용하는 물량 조절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또 택배기사들의 근무시간을 고려해 건강검진 버스를 활용한 연간 1회 건강검진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 인력 4000명 투입과 집배점과의 계약 시 산재보험 100% 가입 권고 등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국감장에서도 지적된 택배 노동자의 삶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종합감사에서는 혹독한 근무환경 개선과 산재보험 적용 문제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늦었지만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한 r jt은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다음달 13일까지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의 주요 서브(Sub·지역) 터미널 40개소와 대리점 400개소를 대상으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도 분류인력 비용을 택배 본사와 대리점 중 누가 댈 것이냐 논쟁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장에서 말한 것처럼 고용부가 나서서 이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턱없이 낮은 택배료·새벽 배송이 문제
하지만 이런 일련의 대책 마련은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지적이 있다. 우선 턱없이 낮은 택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것이 안된다면 택배사와 택배 노동자 간의 수수료 배분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새벽 배송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택배사들끼리 과다 경쟁을 하면서 새벽 배송 등이 나오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택배사들끼리 과다 경쟁은 택배사들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더욱 힘든 업무를 강요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핵심은 택배사의 이익을 줄이면서 택배 노동자의 이익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과 그에 걸맞게 택배 노동자의 업무를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산재 보험 가입 등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