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넷제로’ 시장으로 눈 돌리는 증권업계
[금융리뷰] ‘넷제로’ 시장으로 눈 돌리는 증권업계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5.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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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산업단지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출처=파이낸셜리뷰DB
지방의 한 산업단지 공장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출처=파이낸셜리뷰DB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올해 들어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을 시작으로 한 글로벌 증시가 힘들어하고 있다.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증권업계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1분기 턱없는 실적을 기록하면서 한층 전의를 상실하고 있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ETF(KOSPI200, KOSPI50과 같은 특정지수의 수익율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지수연동형 펀드)는 상승 곡선을 그려 주목받고 있다.

또한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정책 기조가 새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확대를 예상한 증권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배출권 ETF 수익률, 코스피 앞질러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이 지난해 출시한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와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 ETF는 최근 1개월간 수익률이 각각 6.58%와 5.13%로 나타났다.

유럽탄소배출권 ETF는 유럽탄소배출권(EUA)을 투자 대상으로 하며,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 ETF는 유럽탄소배출권과 함께 영국탄소배출권(UKA) 캘리포니아탄소배출권(CCA) 미국북동부탄소배출권(RGGI) 등에 투자한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와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 ETF도 같은 기간 각각 6.06%와 5.03%를 기록하면서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개월간 코스피 지수가 3.75% 하락한 점을 고려할 때 탄소배출권 ETF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두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유럽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탄소배출권 ETF도 상승세를 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럽탄소배출권 12월물 선물 가격은 현재 톤당 84유로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유럽탄소배출권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3월 초 55달러선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하락분을 모두 만회했다.

특히 악재로 작용했던 전쟁이 유럽 내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탄소배출권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이 대(對)러시아 제재에 나서면서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해졌고 당장 친환경에너지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화석연료 사용량이 늘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 제한 조치 해제로 늘어난 수요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석유와 천연가스 부족 사태가 전 세계 석탄 수요를 끌어 올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와 환경부는 지난 2015년 1월 12일 오전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거래를 개시했다./출처=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와 환경부는 지난 2015년 1월 12일 오전 한국거래소 부산 본사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거래를 개시했다./출처=한국거래소

탄소배출권 시장, 정부 주도→자발적

그동안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적 시장 위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내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자발적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돼왔다.

우리금융연구소와 TSVCM 자료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 시장은 2020년 기준 전체 탄소 시장의 1% 수준인 3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반 사회적 기반이 확충되고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시장 준비 분주

이같은 상황에 맞춰 한국거래소와 환경부가 탄소배출권 선물시장 개설을 준비하는 절차에 돌입하면서 증권가도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준비로 분주하다.

앞서 지난 4일 한국거래소와 환경부는 탄소배출권 시장 개설을 검토·준비하는 '배출권 선물 상장 및 활성화방안' 연구용역 입찰을 개시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배출권 현물 거래는 증가하는 추세지만, 실수요자 주도 시장으로 거래 활성화에 한계가 있고 유동성이 부족해 안정적 가격 형성이 어렵다”며 “환경부와 탄소배출권 선물시장 개설에 관련한 주요 과제에 대한 협의 및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던 탄소배출권 시장의 가격 변동성 완화와 시장 참여자들의 리스크 부담 감소 등을 통한 향후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탄소배출권 거래 자격을 취득한 20개 증권사의 배출권 거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증권사의 고유 재산을 운영하는 자기매매만 할 수 있어 현재는 글로벌 선물을 추종하는 ETF 등 관련 상품 판매 정도만 이뤄지고 있다.

신상품 잇따라 출시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탄소배출권 거래를 포함한 탄소금융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달 초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탄소감축 의무가 있는 규제 대상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파는 규제 시장(장내 시장) 이외에 감축 대상에 속하지 않은 기관과 기업·비영리조직(NGO) 등이 자율적으로 탄소감축 활동을 하는 자발적 시장(장외 시장)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은 범농협 그룹 차원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탄소금융 사업을 추진할 태세다.

자기자본 투자를 통해 장외 탄소배출권(크레디트)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부터 관련 컨설팅, 수탁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관련 금융상품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등 탄소금융 관련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부터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 조성자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금융감독원에 업계 최초로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보고하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또 탄소배출권 ESG 인덱스 기초 파생결합증권(ELS)를 발행했다.

IBK투자증권은 올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와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탄소금융부를 신설했다. 총괄은 세일즈트레이딩 사업본부장인 박기현 이사가 맡았고 트레이딩 업무 이외에도 배출권 금융 컨설팅 등 사업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도 이미 국내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 간 에너지·원자재 관련 탄소배출권 중개업무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배출권 선물시장이 개설되면 가격 변동성이 완화되고 시장 참여자들의 리스크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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