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금융지주 CEO의 지각변동이 시작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조용병 회장은 3연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리금융지주와 BNK금융지주, SH수협은행도 내년 3월 차기 회장을 뽑는다.
문제는 민간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 인사 시즌이면 반복되는 낙하산·외압논란에 벌써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3연임 시동거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3분기 결산보고 이사회에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한다. 회추위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7명의 이사로 구성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전례에 비춰보면 11월 회추위를 시작하고 12월 후보군 윤곽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앞서 2019년 11월15일 1차 회의를 연 후 12월 4일 최종후보군을 선정한 바 있다.
이어 12월 13일 조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에 대한 최종면접을 진행한 뒤 조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번 회추위 추천 절차도 12월 중순 전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조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실적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그룹은 3분기 누적 연결기준 4조31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2% 급증한 수치다.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 분기 대비 20.8% 증가한 1조5946억원을 기록했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 채용 비리와 관련해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으며 법적 리스크도 덜어냈다.
중징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지난해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서 그의 3연임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CEO는 3년간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징계에 불복해 가처분 등 행정소송을 내면 징계 효력이 중지되기는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3연임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징계 수위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제재안이) 그동안 너무 지체돼 있다고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다”며 “지금 시장이 어렵지만 금융위가 해야 될 것은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연말 전에 정리해야 될 것은 빨리 하나씩 정리하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손 회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인사를 앉히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우리금융그룹 노조는 지난 10일 ‘우리금융지주를 관피아(관료+마피아)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벌써부터 손 회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체제여서 이사회에 그룹 회장 입김이 잘 통하지 않는 면이 있는 데다 정부 지분(1.29%)도 있어 다른 금융그룹보다 외풍에 취약하다”고 귀뜸했다.
같은 관계자는 또 “특히 올해 터진 우리은행의 600억원대 직원 횡령 사고와 수상한 해외 송금 등 잇단 사고도 손 회장에게 악재가 됐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BNK금융·수협도 외압 논란
비슷한 논란은 BNK금융그룹에서도 있었다. 올해 가을 국정감사에서 자녀 특혜 의혹이 불거진 김지완 회장이 임기를 5개월 남겨두고 지난 7일 사임했다.
아들이 다니는 증권사에 BNK그룹 채권을 몰아줬다는 등의 의혹에 대해 금감원이 지난달 18일부터 현장 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노조와 시민 단체 등을 중심으로 “친정권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기 위한 정치권 압박 때문 아니었겠느냐”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BNK금융은 지난 4일 이사회에서 외부 인사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차기 수협은행장 선임 절차도 정부 측과 수협 측 추천위원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내홍을 겪고 있다.
1차 공모를 통해 후보자 면접을 마친 후에 재공모를 실시해 외부 출신 후보 2명이 추가로 지원했지만 2차 면접 후에도 의견 대립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선출 일정을 미룬 상태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 8일 “전문성 없는 정권과 관피아의 낙하산 투하는 금융위기를 가속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이른바 3고 파고를 헤쳐나가야 할 시기에 금융권이 인사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동아줄 없이는 금융 CEO가 되기 어렵다”는 금융권 속설이 사라지길 기대하는 건 과한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