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월급빼고 다 오르는데...은행권 성과급 잔치 ‘눈살’
[금융리뷰] 월급빼고 다 오르는데...은행권 성과급 잔치 ‘눈살’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3.01.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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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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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지난해 기록적으로 오른 소비자물가가 올해에도 계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로 이끈 식량 가격과 국제유가 등의 지표가 하락하고 있지만, 근원물가지수(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물품들의 가격을 모아 계산한 것)가 계속 상승 중이고 공공요금의 추가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올해에도 서민 경제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상황 속 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이자 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올린 국내 주요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 적용한 ‘영업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복원 시도조차 하지 않아, 고객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하면서도 정작 고객 불편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급 물가 상승에 서민들은 ‘유리 지갑

2019년 2020년 2년 연속 0%대에 머무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2.5%로 올랐고, 지난해 더욱 심화해 12월까지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5.1% 급등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겪은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 상용근로자의 실질임금은 0.5% 감소해 2022년 4월 이후 7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세를 연봉 인상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며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표현이 현실이 된 셈이다.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점점 텅빈 ‘유리 지갑’이 되어가고 있다.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따른 원재료 가격과 해운 운임 상승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와 국제 식량 가격 등이 지목된다.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이 상승하며 서민 경제에 체감이 큰 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의 구입 빈도 및 지출 비중이 높은 지난해 11월 기준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5% 올랐다. 6%대를 기록한 8~10월보다는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가운데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3% 올랐다. 외식 물가 상승률 역시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했다. 식비가 오르는 현상을 뜻하는 ‘런치플레이션(점심과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이 본격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한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초 리터당 1600원대에서 2000원대로 올랐고 이후 하락세로 접어드는 듯했으나 6월 2100원을 돌파했다. 6월 한때 서울 휘발유 가격은 22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만 최근 휘발유 가격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 정책’, 미국의 ‘비축유 방출’,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말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기·가스 요금도 올랐다. 한전은 2022년 세 차례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전력량 요금 2.5원 ▲기준연료비 9.8원 ▲기후환경요금 2.0원 ▲연료비 조정요금 5.0원 등 모두 합쳐 19.3원을 인상했다. 가스요금의 경우 2022년 4월 연료비에 연동하는 기준원료비가 평균 1.8% 올랐다. 5월에는 정산단가가 메가줄(MJ)당 0원에서 1.23원으로 올랐고 7월에는 다시 1.9원으로 인상됐다. 10월에는 1.9원에서 2.3원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2022년 가스요금은 MJ당 5.47원 인상됐다.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 충격 영향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022년 11월 기준 4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특히 부각되는 유가·식품 가격 등의 상승세가 꺾인 가운데 근원물가의 상승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본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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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자 장사’에 은행권, 성과급 ‘펑펑’

이처럼 대부분의 서민들이 물가 급등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은 지난해 이자 장사를 통해 쌓인 높은 영업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61%를 책정했다. 2021년 300%보다 60%포인트 올렸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임금 인상률도 일반직 2.4%→3%, 리테일 서비스·사무직 3.6%→4%로 모두 높였다. KB국민은행은 성과급을 기본급의 280%로 정했다. 지난해 300%보다 비율은 줄었지만, 특별 격려금으로 직원 한 명당 34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해 실제 금액은 더 늘었다. 국민은행은 일반직 임금 상승률을 지난해 2.4%에서 3%로 올렸고, 사무직은 3.2%로 유지했다. NH농협은핸의 경우 책정한 성과급은 기본급의 400%에 달한다. 지난해 350%보다 50%포인트 높아졌다. 농협은행의 임금 인상률도 지난해 2.4%에서 3.0%로 인상됐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현재까지 끝나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이익 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 300%를 줬다. 우리은행은 경영성과급 명목으로 기본급 200%와 사기진작 명목으로 기본급 100%를 더해 기본급 300%와 100만원을 추가로 지급했다. 지역은행인 BNK부산은행은 통상임금의 150%를 특별상여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아직 확정하지 않은 성과급까지 더하면 2021년(성과급+특별상여금, 통상임금의 200%) 규모를 넘을 것이 유력하다. 부산은행 임금 인상률 역시 2.4%에서 3%로 오른다. 이처럼 주요 은행 성과급이 줄줄이 오른 건 이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기준)은 11조2203억원 가량으로, 전년 같은 기간(9조517억원 가량)과 비교해 18%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은행 대출이 늘어난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더해져 이자 수익이 역대급으로 불어난 것이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국내 은행의 지난해 1∼3분기 이자 이익은 40조6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조9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이자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1시간 단축한 영업시간은 복구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오전 9시~오후 4시인 영업시간을 상황에 따라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단축했다. 또 2021년 7월부터는 전국 단위로 1시간 단축을 확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해 4월 해제됐지만, 은행권은 영업시간 단축 조처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노사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복원 여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은행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상화하는 가운데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국민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이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국민 불편 해소 측면뿐 아니라 서비스업으로서의 은행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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