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LG전자, TV서 세탁기 그리고 에어컨까지 그 앙숙의 역사
삼성전자 vs LG전자, TV서 세탁기 그리고 에어컨까지 그 앙숙의 역사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3.05.17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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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앙숙의 역사는 마치 제너시스BBQ와 bhc의 ‘전자회사’ 편을 보는 기분이다. 양사의 앙숙관계는 이병철 삼성 회장, 구인회 LG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TV에 이어 세탁기 그리고 에어컨 전쟁까지 두 회사의 전쟁은 유구한 역사를 기록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앙숙의 관계는 몸싸움으로

두 전자회사의 관계는 양사의 임원 몸싸움으로 번진적도 있다. 김완희 박사 회고록 ‘두 개의 해를 품에 안고’에서는 1980년대 컬러 TV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하면서 광고 경쟁을 자제시키기 위해 상공부 측이 자리를 마련했는데 강진구 삼성전자 사장과 허준구 전 금성사(현 LG전자) 사장이 멱살을 잡고 싸웠다고 밝혔다. 이런 앙숙 관계는 2000년대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1998년 말 LG전자가 유리 앞뒤가 모두 평평한 ‘플래트론’ 기술을 적용한 모니터 제품을 내놓자 삼성전자가 ‘다이나플랫’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자사 제품이 완전 평면이라는 광고전이 이어졌다. 문제는 2010년 들어서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2012년 검찰이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기술을 빼돌려 LG디스플레이에 제공한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연구원과 LG디스플레이 임원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자 섬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OLED TV 기술·자료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LG디스플레이도 곧장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관련 특허침해금지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OLED 기술 갈등은 2015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LG전자, LG디스플레이 4개 회사 대표이사가 ‘사업 수행 과정에서 갈등 분쟁이 발생할 경우 법적 조치는 지양하고 양사 간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양사의 기싸움은 계속 이어지면서 2019년 IFA 행사에서 LG전자는 삼성의 8K TV가 국제 규격 미달이라고 지적했고 삼성은 반대로 LG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다가 최근 두 회사의 동맹 가능성이 제기도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6일 소식통을 인용해 “LG디스플레이가 빠르면 이번 분기부터 삼성전자에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LG디스플레이는 내년에 200만 대를 공급하고, 추후 300만~500만 대까지 출하량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탁기 전쟁

2014년에는 유명한 세탁기 전쟁이 발발했다. 삼성전자가 당시 조성진 당시 LG전자 사장이 독일 베를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LG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며 두 기업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매년 9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가 열린다. 당시 조성진 사장이 시내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를 살펴보던 중 도어를 힘줘 누르는 과정에서 도어 연결부(힌지)가 파손됐다. 이후 삼성전자 현지 주재원이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일행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했고, CCTV를 통해 확인하면서 고의 파손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LG전자는 다른 매장에서도 똑같은 하중체크를 했는데 유독 삼성전자 제품만 파손됐다면서 고의로 파손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조 사장은 물론 삼성 제품의 취약해서 벌어진 일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홍보 담당 전무 등을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그리고 LG전자도 맞고소를 했는데 현장 동영상에서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세탁기에 충격을 가하는 장면이 나온다며 ’증거물 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자 검찰이 LG전자 서울 본사와 경남 창원 공장 등에 압수수색을 했고, LG전자는 올초 삼성전자 측에 유감의 뜻을 표시하며 합의를 시도했지만 삼성전자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국으로 치닫던 두 회사는 결국 전격적으로 화해를 했고, 조 사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번에는 에어컨이다

TV, 세탁기에 이어 이번에는 에어컨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을 공개하자 LG전자가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면서 반박을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시장조사기관 GfK의 집계 자료를 인용해 올해 1분기 국내 에어컨 시장 점유율(수량 기준)이 4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LG전자는 32.5%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에 LG전자는 Gfk에 공식적으로 제품 판매량을 공개한 적이 없다면서 GfK 데이터에는 LG전자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하는 LG베스트샵 판매량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아 실제 국내 시장 점유율과는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에어컨 전쟁은 지난 2013년에도 있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GfK의 비공개 자료를 근거로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 1위’라는 TV 광고를 내보내자, LG전자가 한국방송협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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