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문구. ‘에이스침대’의 창업주 안유수 회장이 향년 94세를 일기로 26일 밤 별세했다.
안 회장은 국내에 ‘침대’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63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하고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일궈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닌 과학이라는 문장에는 품질과 기술에 대한 고인의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북한 황해도 출신인 안 회장은 6‧25전쟁 당시 부모와 떨어져 1‧4후퇴 때 월남했다. 그가 침대를 처음 접한 것은 부산의 미군부대. 잡역부로 일하며 생활하던 안 회장은 미군야전에서 처음으로 서양 입식생활의 문물인 침대를 접하고 이를 국내에 도입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시작은 어려웠다. 좌식생활에 익숙한 우리나라에 침대라는 개념을 자리 잡게 하는 것부터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국내에 변변한 침대 스프링 제조기술은 물론 기기조차 없었다.
‘제대로 된 침대’를 만들기 위해 안 회장은 나무를 스프링 모양으로 깎고 손으로 직접 강선을 감아가며 제품 개발에 1년여간 매달렸다. 이렇게 만들어낸 것이 한국 1호 매트리스 스프링 제조기기였다.
침대 업계의 선구자였던 안 회장은 ‘품질관리실’이라는 부서를 만들고 대기업들도 쉽사리 시행하지 못한 표준화와 품질관리를 과감히 도입하기도 했다.
1992년에는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때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상징하는 유명한 캐치프레이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가 등장했다.
이러한 연구개발 노력에 힘입어 에이스침대는 ▲국내 최초 매트리스 스프링 제조설비 ▲침대 업계 최초 KS마크 획득 ▲300개 특허 획득 등의 기록들을 일궈냈다. 연구소를 통해 획득한 특허와 실용신안 역시도 국내외를 압해 300여개, 총 출원은 880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안 회장은 탁월한 경영 능력과 침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부분을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 ▲철탑산업훈장 수훈 ▲대통령상 3회 수상 ▲국무총리상 4회 수상 ▲대한민국 마케팅 대상 최고경영자상 수상 등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안 회장은 에이스침대 회장 외에도 시몬스 회장과 에이스경암 이사장을 겸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왔다. 그는 1999년부터 25년 동안 설과 추석 때마다 지역사회에 32억원 규모의 백미를 기부했고,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15억원에 달하는 기부금도 전달했다.
슬하에 2남 1녀를 둔 안 회장은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를 안성호·안정호 형제에게 각각 물려줬다. 현재 장남인 안성호 씨가 에이스침대, 차남인 안정호 씨가 시몬스침대 대표를 맡고 있다.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만든 건 최초와 최고를 향한 굳은 신념과 도전정신이었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았던 것은 내 손으로 직접 강선을 꼬아가며 개발한 침대가 곧 우리나라 침대 산업의 역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생전 안유수 회장이 했던 말이다.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겠다’는 안 회장의 고집이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만들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