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가치소비’가 각광 받는 시대, 지금의 소비자들은 내가 구입하는 이 제품의 스토리까지 알고 싶어한다. 국내 식품업계가 택한 전략 중 하나가 ‘농가와의 상생’이다.

국내 농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제품에 사용되는 고품질의 원재료를 현지에서 직접 조달함과 동시에, 기업이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기 보다는 생산자와 함께 상생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선다는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어 ESG경영 사례 중에서도 유의미한 것으로 손꼽힌다. 

현재 농‧어민과의 협력으로 눈길을 끈 기업들은 농심, SPC, 오리온, 맥도날드, bhc그룹, 스타벅스, 오뚜기 등이다. 이들 업체들은 현지에서 조달한 식재료로 신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의 입맛과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농심 

농심은 ‘農心’이라는 사명에 걸맞게 농가와의 상생에 앞장서고 있다. 농심의 대표제품 ▲너구리 ▲수미칩 ▲꿀꽈배기 등에는 농가지원을 통해 확보한 다시마, 수미감자, 아카시아꿀이 사용되고 있다.

너구리는 1982년 출시 때부터 국산 다시마를 사용해오고 있다. 매년 400톤 안팎의 다시마를 완도에서 구매하는데, 이는 국내 식품업계 내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금까지의 누적 구매량만 1만7000톤에 달한다. 

일부 소비자들이 너구리 라면에 들어있는 다시마를 안먹고 버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농심에 매년 최고급 다시마를 납품하는 관계자가 “그걸 왜 버리냐. 전국에서 가장 좋다는 완도산 다시마 중에서도 최고급만 사들인 후 아무런 인공적 첨가물 없이 제품에 넣은건데 버릴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꿀꽈배기 제품에는 국내 양봉농가 지원을 통해 확보한 ‘아카시아꿀’이 사용된다.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 등으로 양봉농가의 벌꿀 수확량 감소와 소득 불안정 문제가 발생하던 상황에서 농심은 계약 생산 체결로 안정적 판로를 마련했다. 

꿀꽈배기 1봉지에는 아카시아꿀이 약 3g 들어가는데 그동안 농심은 매년 160톤 내외의 국산 아카시아꿀을 구매해 왔다.

수미감자를 활용한 ‘수미칩’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귀농 청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청년수미’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년 농부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10명의 청년농부를 선정하고 사전계약을 맺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영농 관리 교육을 진행해 최고급 감자를 확보한다. 

#SPC 

파리바게뜨‧던킨도너츠‧SPC삼립‧베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도 농심 못지 않게 농가와의 상생에 진심인 기업 중 하나다. 

최근 SPC는 쌀 과잉 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에 힘을 보태 ‘가루쌀’ 소비에 앞장선 바 있다. 지난달 SPC삼립 미각제빵소에서 출시한 식빵과 휘낭시에가 가루쌀을 사용한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다.

SPC그룹은 올해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충북 음성군과 협업해 ‘음성 복숭아 타르트’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괴산 찰옥수수도 대량 수매했다. 천안 청년동부들이 키운 블루베리를 수매해 관련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2021년부터는 논산시와 행복상생협약을 맺고 청년농부들이 키운 논산 딸기를 제품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경산 대추, 나주 배, 무안 양파 등 다수 원재료들을 제품화 시켜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SPC그룹에서는 지역 농가 취약계층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장학금을 전달하고 지역 특산품 관련 축제에 홍보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농가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온 

‘포카칩’으로 유명한 오리온도 농가와의 상생으로 원재료인 감자를 확보하고 있다. 포카칩을 구매하면서 제품 포장지를 잘보면 ‘100% 국산 햇감자’라고 쓰여진 제품이 있고 ‘100% 생감자’라고 쓰여진 제품이 있다. 

오리온에 따르면, 국내에서 감자가 생산되는 6월경부터 11월까지는 국내산 감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100% 국산 햇감자’라는 문구를 써서 출시하지만, 국내산 감자가 나지 않는 시기에는 미국‧호주 등에서 수급한 감자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생감자’라는 문구가 표기된다. 

1988년 스낵용 감자연구소를 처음으로 오픈한 오리온은 2000년 국내 감자 신품종 1호인 ‘두백’을 선보인데 이어 포카칩‧스윙칩 등 주요 제품에 제철 감자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국내산 감자 수급을 위해 감자재배 농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에의 활용 비율도 높여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맥도날드 

최근 맥도날드가 전남 진도군과의 협업으로 출시한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도 대표적인 농가와의 상생 사례다. 

맥도날드에서 농민들과 함께 만든 진도대파버거 광고 영상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얻었고, 제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했다. 

진도군에서는 “맥도날드에서 선택했다면 믿을 수 있다면서 각종 기업 및 단체에서 대파 뿐 아니라 다양한 농작물 수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진도 경제가 활기를 띄고 있다”며 “아름다운 진도의 풍경이 광고에 함께 담겨 올 한해 관광객 역시 전년대비 증가할 것”이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맥도날드가 찾은 한국의 맛’이라는 컨셉으로 2021년 첫 출시된 창녕 갈릭 비프버거와 창녕 갈릭 치킨버거 역시도 소비자들의 출시 요구에 힘입어 지난해와 올해 재출시돼 눈길을 끌었다. 

#bhc

치킨을 판매하는 bhc그룹에서는 전남 함평, 경북 의성군과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한 상생협약을 맺고 함평 양파와 의성 마늘을 공급받기로 했다. 그 양만 하더라도 향후 5년간 양파 550톤, 마늘 350톤에 달한다.

bhc그룹은 이렇게 확보한 양파와 마늘을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창고43 등에서 활용하고 bhc치킨의 소스원료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임금옥 bhc그룹 대표는 “bhc그룹은 보유 브랜드에서 소비되는 식자재들 중 연간 대규모로 사용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각 지자체와 긴밀히 협의해 우리 농가의 안정적 판로 확대에 앞장설 것”이라며 “단순한 농산물 구매를 넘어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좋은 먹거리를 고객에 제공함으로써 사농상생의 모범사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도 이번 협약을 통해 농산물의 유통채널 판로가 확보된 만큼, 많은 소비자들에게 지역의 특산품인 양파와 마늘을 알려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타벅스
 
스타벅스 코리아는 ‘우리 쑥’을 활용한 곡물라떼를 선보인 바 있다. 최근 사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 쑥 곡물라떼’ 제품의 판매량은 5만잔을 돌파했다. 

해당 제품은 시니어 바리스타가 근무하는 지역카페를 위해 개발·지원한 ‘시니어 상생음료’로, 국내산 쑥과 곡물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농산물 수매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오뚜기 

오뚜기는 최근 경남 창녕군 등과 협업해 ‘창녕 갈릭 소이소스’를 선보였다. 마늘 함유량이 20%에 달해 풍미와 감칠맛 뛰어난 해당 제품은 고기요리와 궁합이 좋다는 설명이다. 

오뚜기는 2022년에는 지역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로컬맛집 ‘금악똣똣라면’과 협업해 제주지역 전용제품 ‘제주똣똣라면’을 출시한 바 있고, 농가의 신선한 원료를 사용해 지역 고유의 맛을 담은 ‘제주담음’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