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이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 계좌추적에 대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좌추적은 금융실명법상 ‘금융거래정보 제공요구’라고 한다. 1993년 금융실명제를 통해 처음 도입됐다. 그리고 1997년 긴급재정경쟁명령을 법률로 대체입법한 이후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
계좌추적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금융거래정보를 확보하는 과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금융거래정보를 ‘개인정보’로 보고, 헌법상 보호의 대상이 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관련 오 의원은 “계좌추적에 대한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좌추적, 금감원 “마음대로”
수사기관의 계좌추적은 명의인의 동의가 없는 한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그런데 금감원의 계좌추적은 행정조사라는 이유로 영장 없이 내부결재만으로 이루어진다.
오 의원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금감원 계좌추적에 영장주의 도입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고집었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는 39.6만 건, 이 가운데 발부된 건수는 36.1만 건(발부율 91.1%)이다.
오기형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금감원 전체 계좌추적 건수는 1만8066건에 불과하다. 영장제도 운영 현황을 보면, 금감원 계좌추적에 영장주의를 도입 못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 의원은 “영장주의를 도입할 때까지 내부결재 절차라도 개선해야 한다”면서 “통신사들이 이용자로 하여금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계좌 명의인이 계좌추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감원 계좌추적, 아무도 모른다
금감원은 계좌추적의 법적 근거를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고 있고, 계좌추적 제도 운영에 관하여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의 계좌추적은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각 목을 근거로 하는데, 오기형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각 목별 계좌추적 건수에 대해 별도로 통계관리를 하지 않고, ‘어느 부서가 몇 건을 요구했는지’ 정도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 공개 자체도 문제다. 금감원의 계좌추적 통계는 금융실명법 제4조의4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매년 국회에 제공하고 있는데, 금융위원회는 금감원과 금융위원회의 각 계좌추적 건수를 합산한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2022년 12월 국회에 제출된 ‘금융거래정보 제공현황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1년 하반기 7466건, 2022년 상반기 8512건의 금융거래정보 요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 합산한 통계로는 금감원의 계좌추적 운영 현황을 알기 어렵다.
오 의원은 “지난 30년 동안 국민들의 개인정보 보호의식은 점점 확대되어 왔는데, 금감원 계좌추적 제도와 실무는 30년 전 수준 그대로”라며 “제도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