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편은 프랑스 파리 도착, 스페인 마드리드 출발… 항공편은 6개월전 예약이 저렴
- 약 800km 여정 선택, 프랑스 생장 출발 ~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도착
[파이낸셜리뷰=조용식 기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은 30여 일의 여정을 통해 자신을 내려놓는 경험을 통해 소중한 것을 얻는다고 한다. 36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13회에 걸쳐 유투브 영상으로 소개한 양시영 인플루언서 또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두 번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과정이 주는 소중함을 깨달은 뒤 삶의 방향이 보다 명확해 졌다”고 소감을 피력하기도. 양시영 씨와 일문일답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를 들어보았다. 현재 양시영 호주워킹홀리데이 생활을 위해 호주에 머물고 있어 서면 인터뷰로 진행됐다.
◆ 두 번에 걸쳐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았는데, 순례길을 찾았던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첫 산티아고 순례 당시의 건강하고 단단했던 제 모습이 그리웠어요. 진로 문제로 방황하던 대학 시절에 첫 순례길을 걸었고, 과정이 주는 소중함을 깨달은 뒤 삶의 방향이 보다 명확해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더욱이 순례자들 사이 ‘카미노 블루’라는 말이 있는데요. 순례길의 풍경이 잊기 힘들만큼 아름답기도 하고,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너무 뜻깊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카미노 앓이’를 많이 한다고 합니다. 저도 카미노 블루를 앓던 사람 중 하나였고, 당시 퇴사 후 시간적 여유가 생겼던 터라 지체 없이 떠나게 되었어요.
◆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가 여러 곳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코스를 선택하셨나요?
포르투 길(해안 길/내륙 길), 북쪽 길 등 다양한 순례길 코스가 있지만, 저는 두 번 다 프랑스 길을 선택했어요. 프랑스 길이 순례길의 정석이기도 하고, 인프라가 잘 되어있기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북쪽 길이나 포르투 길은 완주까지 단 10여 일밖에 소요되지 않는 비교적 단거리 여정이에요. 저는 최대한 오래, 또 온전히 순례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다시금 프랑스 길을 선택했고 후회는 전혀 없었습니다.
프랑스 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드리자면 생장(Saint-Jean-Pied-de-Port)이라는 프랑스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약 800km를 걷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라는 스페인 소도시에 도달하는 여정입니다. 생장과 산티아고 모두 워낙 작은 도시이기에 대부분 순례자는 프랑스 파리로 들어가 기차를 타고 생장으로 이동해요. 순례를 마친 후에도 콤포스텔라에서 마드리드나 포르투(포르투갈의 도시)로 향하는 기차/야간버스에 몸을 싣기도 합니다. 코스 선택이 확정되면 항공권 구입을 해야 하는데, 6개월 전에 예약하는 것이 가장 저렴합니다.
◆ 저마다 배낭의 무게가 다를 텐데, 배낭 무게가 얼마나 되었나요? 일반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배낭의 무게가 있다면?
저는 약 12kg 정도의 배낭을 멨습니다. 이번 순례 여정을 유튜브로 남기고 싶어서 카메라 장비, 노트북을 챙기다 보니 저 지경(?)까지 되었지만, 대부분 여자분은 7kg, 남자분은 9kg 정도 챙기시더라고요. 흔히들 본인 체중의 10분의 1만 챙기라고는 하는데… 짐을 싸다 보면 필수용품만 챙겨도 6kg이 훌쩍 넘는 기적을 보게 되실 겁니다.
◆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걷기 좋은 계절이 있지 않을까요?
저는 5월 출발, 7월 초 도착으로 봄에 걷기 시작해 초여름에 순례를 완주했습니다. 스페인은 워낙 태양이 뜨겁고 여름엔 특히 덥기 때문에 초여름에 완주할 수 있게끔 일정을 짰고, 결론적으로 너무나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때가 준성수기인데,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스페인의 봄을 즐기기도 좋았고, 순례길의 적당한 인파, 더위를 경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신발은 딱 맞는 신발보다는 평소보다 한 치수 큰 것을 추천합니다. 큰 치수의 신발은 양말이나 깔창으로 보완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한 선배들에 다르면, '발에 충분한 공간과 건조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성수기 시즌은 7월 25일 성 야고보 축일에 맞춰 도착하는 6월 중순부터라고 합니다. 이때는 특히 외국인 순례자가 많고 다양한 축제를 즐길 수 있지만, 스페인의 여름을 오롯이 겪어내야 한다는 점, 성수기라 숙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단점으로 꼽히더라고요.)
◆ 숙박 시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숙박에 필요한 팁을 알려 준다면?
프랑스 길의 장점 중 하나가 숙박 인프라가 잘 되어있다는 점인데요. 2층 침대에서 수많은 순례자와 함께 숙박하는 도미토리형 알베르게부터 개인실만 운영하는 알베르게, 호텔이라 이름 붙인 깔끔한 여관까지 다양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위생을 기대하시면 안 돼요. 매일 같이 투숙객이 바뀌는 만큼, 개인 침낭은 필수이고, 체크인 전 구글 지도 후기로 베드버그 유무를 사전에 확인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 먹는 것도 중요한 데, 추천할 만한 곳과 특별했던 곳이 있다면?
스페인 음식이 대부분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편이라 저는 모든 식당에서 흡족한 식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폰프리아(Fonfria) 마을의 Albergue A Reboleira 숙소가 기억에 남는데요. 워낙 작은 마을이라 숙식을 이곳에서 함께 해결했는데, 풍성하고 맛있었던 저녁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두막 형상을 한 숙소의 분위기도 너무 좋아, 밤에는 순례자들과 기타도 치고 와인 파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 여행 경비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해야 하나요? (항공권 별도)
36일간 순례길을 걸으며 쓴 비용은 약 260만 원 정도였습니다. 저는 평균의 식사량을 가진 편이라 하루 경비로 40유로를 계획했는데, 결론적으로 넉넉하진 않지만 딱 알맞은 편이었어요. 약 15유로의 알베르게 숙박비, 25유로의 식비로 계산했으며, 36일 중 8일은 돈을 더 주고 개인실에 묵기도 했습니다.
식사량이 많은 분들은 하루에 6~70유로까지 쓰기도 하고, 알베르게 생활을 힘들어하는 분들은 저보다 자주 개인실(50유로 내외)에 묵기도 하니, 본인의 여행 스타일에 따라 계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하는 분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많이들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면 새사람이 될 거라는 기대를 하십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새사람’으로 변모하진 못했습니다. 감정 기복과 변덕이 심한 저의 모습은 순례길을 걷기 전과 후, 모두 여전하니까요. 다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순례길에서 자신의 미숙하고 불완전한 모습을 자주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듬어주게 되었어요.
순례를 계획하시는 분들 모두, 지금껏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약 30일 동안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그래서 카미노 천사들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끼는 여정이 되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안전하고 행복한 순례길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부엔카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