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농협 조합장이 된 지 5년이 되었습니다. 농협 조합장이라는 직책은 저에게 새로운 시작입니다. 아는 사람들은 아직도 저를 조합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보기에는 조합장의 사회적 지위가 국회의원이나 구청장보다 아래인 것 같습니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이라는 지위를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제게 정치는 아편과도 같은데 어떻게 단절했는지 묻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나친 경쟁이 자신을 갉아먹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나이가 한참 어린 후배들과 경쟁하면서 자신을 성찰하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야만 되는지…. 적과 동지로 패를 갈라서 사는 것은 점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애덤 스미스(1723~1790)라는 인물을 생각하면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사상적 출발점으로 불리는 ‘자본론’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그전에 그는 ‘도덕 감정론’이라는 책을 집필했습니다. 그는 대학의 윤리 철학 교수였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묘사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만족시킬 도구들을 이미 모두 가지고 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음미하고 즐기는 기나긴 여정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끈질긴 욕구 즉, 야심이 우리를 삼켜 버릴 수 있다.”
인간은 명예와 돈, 권력을 좋아합니다. 또한 그런 것들을 가진 사람들을 존경합니다. 인간은 존경받는 사람들을 선망합니다. 이것은 나보다 뛰어난 자에 대한 경외심입니다.
나무 막대기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시속 145Km가 넘는 속도로 쳐내는 능력은 사회적으로 전혀 유용하지 않아 보입니다. 유용성으로 말하자면 심장전문의가 그보다 사회에 기여하고 더 존경받을 만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돈과 명예, 권력을 따르는 행위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과 주목을 받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애덤 스미스는 부유함과 유명세를 가진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자유와 편안함, 근심 걱정 없는 안전함은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성공을 원하는 야심 많은 사람은 열심히 일해야 하기에 유유자적한 생활을 포기해야 합니다. 대신 이 모든 대가로 세간의 화려한 주목을 받게 됩니다.
세간의 관심은 유명인에게 끔찍한 마약인 게 분명합니다. 페달에 일단 발을 올리고 나면 멈추지 않고 계속 밟아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일상이 주는 작은 즐거움에 만족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명예와 성공을 손에 쥐는 것이 꼭 축복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조언합니다.
“가능하면 자기가 좋아하고 존중하는 일을 하고, 그렇게 해서 가족이 먹고살 수 있다면 그것에 만족하라. 그 외에 모든 것은 뜻밖에 얻은 횡재로 생각하라.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농협 조합장이 제게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조합원 85%가 60세 이상입니다. 제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이분들께 무엇인가 도움을 주면서 마음 편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화려한 정치는 뒤에는 이편저편이 있습니다. 조합장은 화려한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조합원은 모두가 한 편입니다. 열심히 한 만큼 조합에 성과가 있습니다. 적당한 일과 적당한 여유, 그리고 적당한 긴장이 있기에 저는 조합장을 천직으로 여기며 즐겁게 일합니다.
임영호 약력
現) 동대전 농협 조합장
前) 국회의원
그렇게 일해서 가족이 먹고 살수 있다면 그것에 만족하라.
그 외에 모든 것은 뜻밖에 얻은 횡재로 생각하라“
가슴이 찡합니다.
자기 운명에 만족 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라 하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기가 막혀서...
발더둥을 쳐 보기도 합니다.
건강하고...
남에게 큰 빚없이 양심에 거리낌없이 살면 행복이란 철학인데,
그 철학도 결론은 개똥철학으로 물거품만 일으킬줄 몰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