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MZ세대 중심 패션플랫폼 에이블리가 문구 카테고리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반면 텐바이텐과 모나미 등 기존 문구 중심 업계는 몇년간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하는 양상이다.
에이블리는 이같은 성장세에 대해 자체 개발한 AI 추천기술로 소비자들이 패션과 뷰티를 넘어 문구, 홈데코, 취미 등 라이프 카테고리까지 다양하게 교차 구매하는 덕분인 것으로 분석했다.
대표적인 문구 기업 모나미는 2022년 기준 문구시장 점유율이 43%에 달하지만, 우수한 성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3개년 연속 급격한 하락세를 그려왔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2억원으로 전년 대비 84.6% 감소하며 가까스로 적자를 면한 상태다.
2011년 매출액은 2818억 9700만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2013년, 불과 2년 만에 매출액은 1675억 5400만원으로 급감했다. 당시 HP(한국휴렛팩커드)와의 프린터 및 카트리지 국내 총판 사업을 해지하면서 900억원 가량의 매출액이 증발했다. 이후 모나미의 매출은 2023년까지 계속 하강 곡선을 그렸다.
주요 매출원이 사라지자 문구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현재 모나미 전체 매출의 약 70%는 문구류에서 발생하고 있다. 주요 소비층인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 실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시장 개척도 미진하다. 2023년 기준 모나미 매출의 약 80%는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수출이 16% 정도로 그 뒤를 이었으나 영향력은 미미하다. 필기구 최대 수입국인 미국은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있다.
모나미는 프리미엄 문구로 수익성을 높이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 등 신사업 추진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 텐바이텐(10x10)의 사정 또한 좋지 않다. 매출액 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으며 지난 2018년 이후 영업이익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텐바이텐의 매출액은 3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하락했다. 2021년 영업손실은 39억이며, 2022년 44억, 2023년에는 55억원에 달해 수익에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텐바이텐은 2022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5억원에 달해 이미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에 처해있었다. 지난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7억5000만원으로 그나마 나아졌지만, 필요 경비가 총 수입금액보다 더 많아 생긴 초과금액에 해당하는 결손금은 181억원으로 전년 대비 80억원 가량 늘었다.
온라인 경쟁사들의 성장으로 경쟁력이 약화한 데다 물류센터, 광고 등의 투자부담까지 커져 결국 GS리테일은 지난해 텐바이텐을 매각했다. 발생한 손실은 약 2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매물시장에 나온 텐바이텐은 지난 12월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운영 중인 백패커가 인수했다.
반면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3년 연속 역대 최고매출을 기록했으며, 에이블리 론칭 이래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2594억에 달해 전년 대비 45.4% 증가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수익성 면에서도 2022년에는 사업확장 등으로 744억원 가량 영업손실을 봤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32억원에 달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동안 외형이 커지면서 적자폭이 늘어난 결과, 2023년에는 내실 있는 외형성장을 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에이블리는 뷰티, 디지털, 라이프, 푸드 등의 비(非)패션 영역 카테고리가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1030 공략에 성공하며 문구‧홈데코 등 라이프 카테고리 거래액이 최대 7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구류 2월 거래액은 전년 대비 70% 상승했다. 신학기 영향으로 ‘필통’과 ‘필기구’ 거래액은 전월 대비 165% 늘었다. 대표적인 콜렉트북 마켓 ‘월간문구’ 매출은 전월 대비 135% 급증하기도 했다.
에이블리는 부지런하고 계획적인 삶을 뜻하는 ‘갓생’ 트렌드가 지속되며 관련 문구 상품을 미리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을 성과원인으로 분석했다.
에이블리는 매출 상승 요인으로 AI(인공지능) 기반 상품 큐레이션 기능을 꼽았다. 해당 기능은 에이블리가 자체 개발한 AI 추천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패션 외에도 뷰티, 라이프 카테고리 상품까지 교차 추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