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김희연 기자] 29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는 검정 티셔츠를 입은 노조 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버스 안에서 교대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가 29일 파업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농성에 나섰다. 삼성전자 1969년 창사 이후 첫 파업이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29일 오전 11시 전삼노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임금 교섭과 관련한 아무런 안건을 제시하지 않고, 노조를 무시하고 있다”며 “모든 책임은 노조를 무시하는 회사 쪽에 있고, 즉각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삼노의 조합원 수는 2만 8000여 명으로, 전체 직원의 20% 수준이다. 6월 7일 단체 연차 사용으로 첫 파업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24시간 농성도 진행한다.
이들은 왜 파업에 나섰나?
전삼노는 지난 21일 사측과 협의를 재개했고, 전날인 28일도 8차 협의를 이어갔다. 노조 측에 따르면 전날 본교섭 이전에 사측 위원 2명을 교섭에서 배제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교섭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사측이 교섭장을 이탈해 파행됐다고 한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임금에 있다. 사측은 노사협의회와의 협의 후 평균 5.1%의 임금인상을 결정한 바가 있지만, 전삼노는 노사협의회는 대표성이 없다며 사측과 교섭을 이어왔다. 또한 DS부문(반도체부문)의 성과금이 지난해 0%로 책정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전삼노는 임금인상률 6.5%, 특별성과급 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두 번째로 소통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임금 협의를 노동조합과 단체교섭을 통해서 하는 게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진행하고 있었다. 노사협의회의 구성원은 일반 직원으로 노조 형태가 아닌 회사에서 선정된 근로자이다.
무노조 원칙을 고수한 삼성전자는 과거부터 노사협의회를 통해 물가상승률 기반의 임금을 협의해 왔다. 그런데 노조가 생긴 지금까지도 삼성전자는 노조가 아닌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의를 했기 때문에, 일부 노조가 “노동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하며 파업에 나서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임금 협의가 결렬되자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한 바가 있다. 그 후 실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는데, 29일부로 사상 최초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 과반 노조가 돼야 협상 들어가
사측에서는 “현재 파업하고 있는 노조는 회사 전체 구성원의 20% 정도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을 전부 반영하기란 어려우며, 노조가 과반수가 돼야 협상테이블에 올라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노조 파업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하는 중이다. 29일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일 종가인 7만 7600원보다 2400원(3.09%) 내린 7만 5200원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