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경제리뷰] 복권
[역사속 경제리뷰] 복권
  • 어기선 기자
  • 승인 2024.08.06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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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응답하라 1988 한 장면.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한 장면.
[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복권은 중국 진나라에서 만리장성을 쌓기 위한 것에서 출발을 한다는 것이 정설로 되고 있다. 물론 로마시대에도 복권은 있었다. 하지만 진나라와 로마시대 복권은 오늘날 복권과는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오늘날 복권은 당첨이 되면 당첨금을 나눠주는 방식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다른 것을 줬다. 현대적 의미의 복권은 빈민 구제 기금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15세기 프랑스 부르고뉴와 플랑드르 지방에서 나타났다. 오늘날과 같은 모금된 돈을 당첨금으로 주기 시작한 것은 1476년 이탈리아 도시국가 모데나에서였다. 이것이 현대적 의미의 복권의 시작이었고,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1530년 피렌체에서 번호선택식 복권인 ‘Lotto’라는 이름의 복권이 발행됐다.
또한 이탈리아가 통일된 후인 1863년 국가 세입 증대 목적으로 이탈리아의 국영 복권사업이 시작되어, 거의 매주일 정기적으로 시행됐다.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비용 마련 위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행한 복권은 1948년 런던올림픽 참가비용을 모으기 위한 올림픽 후원권이었다. 이후 1949년 10월부터 1950년 6월까지는 재난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생복표가 3회에 걸쳐 발행됐다. 1956년 2월부터 매월 1회씩 10회에 걸쳐 애국복권이 총 50억환이 발행됐다. 애국복권은 6.25전쟁 이후 산업부흥 자금과 사회복지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했다. 그러다가 매주 추첨하는 방식인 정기 발행형 복권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9년 당시 한국주택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한국주택은행에서 저소득 주거안정사업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복권’을 발행한 것이 최초이다. 1장당 액면가는 100원이었고,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인데 집 한 채 가격이었다. 1978년 1천만원으로 오른 후 1983년 1억원을 돌파하면서 복권 당첨금 억대 시대를 열었지만 발행이 일시 중단됐다. 대신 1986 서울 아시안 게임과 1988 서울 올림픽의 개최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올림픽복권’이 주택복권의 자리를 대신했다. 그리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서울 쌍문동에 살던 사람이 취미 삼아 모은 올림픽복권 한 장이 당첨되면서 가난한 집안이 졸지에 부자가 됐다. 서울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1989년 1월 올림픽복권에서 다시 주택복권으로 전환했다.

복권의 난립 그리고 로또 출현

1990년대는 그야말로 복권의 난립 시대였다. 엑스포 복권, 체육복권 등이 발행되면서 그동안 주택복권이 독점을 차지하던 지위를 잃어버렸다. 여기에 찬스복권, 또또복권, 기술복권, 관광복권, 월드컵 복권 등이 발행되면서 추첨식복권과 즉석복권이 난립됐다. 하지만 이것을 통일한 복권이 있었으니 2002년 12월 등장한 로또였다. 최초 발매 당시에는 당첨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이월규정이 존재했던 데다가 연달아서 당첨금액이 이월되는 사태가 일어나면서, 1등에 당첨되면 최대 수백억까지 손에 쥘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로또로 몰리게 됐다. 그러면서 결국 주택복권은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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