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원인 중 하나인 ‘저품질 콘크리트’ 관련 사항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빠져
[편집자주] 지난달 8일 감사원은 인천검단지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원인에 대한 감사 결과 지하주차장의 ‘무량판구조’로 전환 후 LH의 관리부실 및 전관특혜 등이 원인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본지는 감사원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 LH의 단순 관리부실의 문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실제적인 원인과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심층보도한다.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지구에 건축 중이던 한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와 국회는 사고조사와 감사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실 관리·감독과 전관 특혜·유착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징계 등의 관련 조치를 취했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를 시공한 GS건설은 ‘순살자이’라는 오명을 안고 수 천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재시공에 들어가는 등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리·감독 부실과 전관 특혜·유착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인재(人災)’일 뿐, 진짜 원인은 ‘제도가 만든 부실’에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LH가 지난 2018년부터 지하 주차장에 시범 적용한 ▲‘무량판구조’를 적용하게 된 이유와 ▲관급공사 자재공급에 대한 중소기업 우대정책 등이 부실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기존 지하주차장 구조였던 ‘라멘구조’ 대신에 안전판 역할을 한 ‘보’를 제거한 무량판구조로 전환하며 올해 4월 기준 LH가 주도하는 102개 지구에 이를 적용한 것과 강도가 약한 콘크리트를 공급하는 중소 레미콘업체들만 관급공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정부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라멘구조에서 무량판구조로 변경한 이유는 ‘지하안전법’ 때문?
지하 10미터 굴착 시 지하안전평가 받아야...공사기간 최대 6개월 늘어나
무량판구조로 시공하면 지하 10미터 미만으로 굴착할 수 있어
인천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LH는 자체적으로 102개 지구에 대한 안전점검을 시행해 양주회천 A-15지구 등 22개 지구에 설계 및 시공과정에 부실을 확인하고 지난 4월까지 보강공사를 완료한 바 있다.
무량판구조를 적용하기 전 라멘구조에서는 이 같은 대규모 부실공사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에 따르면 무량판구조도 ‘전단보강근’ 등의 조치를 통하면 안전한 구조지만, 라멘구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의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한다.
LH는 무량판구조가 ▲시공성이 양호하고 ▲공사비 절감 효과가 있어 지하주차장 구조를 대폭 변경했지만, 일각에서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이 지하주차장 구조를 변경하게 된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하안전법에서는 지하 10미터 이상 굴착할 경우 ‘소규모지하안전영향평가(지하안전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지하안전평가를 받을 경우 짧게는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공사 기간이 늘어나게 되어 시행사나 시공사 입장에서는 그 만큼의 공사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지난 수 십년간 적용해온 라멘구조는 지하주차장을 2층까지 만들게 될 경우 ‘보’로 인해 지하 층고가 10미터를 무조건 넘어서게 된다. 반면, 무량판구조는 10미터 이내로 공사를 완료할 수 있어 지하안전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 만큼 공사기간이 줄어들고 비용도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지하안전법이 지난 2016년 제정되고 2018년부터 시행된 데에 있다. LH가 ‘LH형 무량판구조 설계지침’을 용역의뢰한 시점이 2016년이고 이를 시범적용한 시점이 2018년으로 공교롭게도 지하안전법의 제정 및 시행과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조달청 등록된 중소기업 레미콘업체만 이용하는 LH 공사현장
주차장 붕괴원인 중 하나인 ‘콘크리트 품질저하’ 원인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 없어
주차장 붕괴사고가 일어난 인천검단지구의 시공은 대기업인 GS건설이 맡았다. 하지만 건축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콘크리트를 공급하는 업체는 시공사의 선택권이 없다. 중소기업 육성정책에 따라 LH 등 공기업이 발주하는 관급공사에는 조달청에 등록된 지역별 중소 레미콘업체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인천검단지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둥 주변 전단보강근 미설치에 따른 전단내력 부족 ▲붕괴구간 콘크리트 품질저하 ▲조경공사 등 설계하중을 초과하는 시공하중에 대한 조치 미흡 등 3가지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다.
그럼에도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는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저품질의 콘크리트를 공급한 레미콘업체에 관한 지적사항은 보이지 않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관급공사에 제공되는 콘크리트는 지역별 중소기업으로 구성된 레미콘조합 중 조달청에 등록된 업체의 제품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전문가는 “콘크리트는 시멘트+모래+자갈+보강재로 구성되는데, 무량판구조의 특성상 기둥 주변의 강도를 높게 하는 전단보강근(철근)이 촘촘하게 시공되면 그 사이로 자갈이 들어가기 힘들다”면서 “이로 인해 응집력이 약한 저품질의 모래 등 자재를 사용할 경우 강도를 높이기 위해 만든 전단보강근 부근이 오히려 더 약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콘크리트 양생(강하게 굳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느린 영하 10도 이상의 겨울철에도 잘 굳는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기술력에서 앞서고 있다. 하지만 자금력, 기술력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중소기업들은 고품질의 콘크리트를 공급하기 어렵다.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의 인천검단지구 사고원인 조사결과에서 이를 방증하는 결과가 나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의 국민이 정부를 믿고 마련한 내집인 공공아파트는 더욱 안전하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다시는 부실이 재발하지 않을 법적·제도적인 보완책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부실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공사 관련 후속취재를 통해 지하안전법과 저품질의 콘크리트 공급원인에 대해 분석해 보도할 예정이다.
<계속> [부동산리뷰] 국토부의 '지하안전법' 때문에 안전하지 못한 LH 아파트 지하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