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현대·기아차의 독주속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크루즈’를 앞세워 선전했던 한국GM이 ‘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2002년 전신인 대우자동차를 미국의 GM社가 인수 후 출범한 한국GM은 최근 3년간 거듭된 대규모 영업손실의 영향으로 자본금의 95% 가량이 잠식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GM의 외부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은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해 이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국GM은 2016년 매출(별도기준) 12조 2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수출은 8조 79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970억원(6.4%) 감소했지만 국내 매출은 3조 4400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8940억원(35.0%) 급증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GM은 자본잠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매출과는 별도로 수익성을 따져보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한국GM이 금감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매출 성장과는 달리 수익성은 거꾸로 추락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전년 기록한 5940억원과 비슷한 5310억원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4년 1490억원을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 영업적자 흐름은 3년 연속 계속됐다.
3년 연속 영엽손실이 지속되면서 순이익 역시 악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6310억원으로 전년 기록한 9870억원 대비 큰 감소폭을 보이기는 했으나 2014년 3530억원을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보였다.
한국GM의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모기업인 GM이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며 수출길이 좁아져 이와 관련한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수 시장에서는 ‘크루즈’가 선전하기는 했으나 경쟁 심화에 따른 판매비 증가 등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한국GM은 2016년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1조 2900억원에 달해 자본총계가 87억 5000만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이는 자기 자본 대비 5.3%에 불과한 수치다. 즉, 자본잠식률이 94.7%라는 것을 의미해 완전 자본잠식 직전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GM의 제무재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실시한 안진회계법인은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표시해 그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GM이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의견으로는 회사의 재무제표는 한국지엠 주식회사의 2016년 12월 31일과 2015년 12월 31일 현재의 재무상태, 동일로 종료되는 양 보고기간의 재무성과 및 현금흐름을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표시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시했다.
한국GM의 외부감사인은 안진회계법인이다. 안진회계법인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실과 관련 담당 회계사가 구속되고 법인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당사자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기업의 실적은 대내외 상황에 따라 매출 규모 또는 손익 규모에 대해 아무도 예단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적어도 기업의 회계 투명성은 보장이 되야 선량한 주주들과 투자자들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GM의 주주 구성은 2016년 말 기준 미국 GM계열사가 82.9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산업은행이 17.08%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