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대용 기자] 삼성증권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이 좌초위기에 몰렸다. 금융당국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을 이유로 삼성증권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신규업무 인가 심사를 보류했다.
10일 금융당국과 삼성증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삼성증권에 대한 발행어음(단기금융) 신사업 인가 심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삼성증권에 통보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결정은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삼성증권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지난 7월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대주주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인해 심사가 보류될 것임을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관게자는 “인가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해당 재판결과가 확정되면 관련사항을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으로 일반 투자자에게 발행하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초대형IB는 만기 1년 이내의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심사 보류는 삼성증권의 최대주주 삼성생명의 지분을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심사 대상에는 대주주의 적격성이 요건에 포함된다”며 “삼성증권의 경우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인가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심사 보류가 통보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앞두고 관련 조직 정비와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던 삼성증권은 예상치 못한 금융당국의 결정에 당황하고 있다.
당초 삼성증권은 심사 과정에서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은 점이 이슈로 작용할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문제로 삼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삼성증권의 최대주주는 30.1%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불과하다는 것이 삼성증권의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대주주가 법인일 경우 그 법인의 개인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인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넣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 20.76%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삼성물산은 19.34%를 확보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17.08%를 보유중이다.
발행어음 사업 인가는 초대형 IB 진출의 핵심이다. 초대형IB는 '지정'사항이기 때문에 자기 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라면 요건만 갖추면 지정 가능성이 높다.
사업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을 통해 최소 요건인 4조원의 두 배인 8조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가를 받지 못하면 만약 삼성증권이 초대형IB 지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삼성증권은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 업무 인가를 위해 '종합투자금융팀'이라는 전담팀을 신설했다. 기업금융 인력을 대폭 충원하는 등 IB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필요로 하는 요건은 이미 갖췄고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에 대한 부분만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 부회장을 대주주 심사 대상으로 본 것은 너무 광의적인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오너 소송 건으로 인해 경영 차질이 현실화돼 당황스럽다”며 “이번 금융당국의 심사 보류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증권의 초대형 IB 출범이 원천봉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법상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인가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소송 기간 동안 인가 심사가 제외된다”며 “이번 건으로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삼성증권의 초대형 IB 지정도 불확실해 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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