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박대용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활황을 맞으면서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투자은행(IB) 사업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수익을 확대했다. 이는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구조가 주식매매 거래수수료 위주에서 탈피한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한투·NH·미래·메리츠·삼성·KB·키움·신한·하나·대신)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33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7968억원 대비 40.51%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ELS(주가연계증권)으로 발생했던 대규모 손실을 딛고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이 같은 호실적의 요인으로는 증시 활황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가 우선 순위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들어 주식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기준 6조9200억원에서 6월에는 9조3900억원대까지 약 30% 가량 급증했다.
아울러 대형사 등 수익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일부 증권사는 위탁매매수수료가 수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증권사들에게 위탁매매는 수익의 50~7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증시활황으로 주식 및 채권·파생 관련 자기매매 이익이 개선된 점도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형 증권사의 실적은 ELS 판매 증가가 큰 역할을 했다. 상위 5개사의 ELS 발행 금액은 전체 32조6326억원의 64.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위탁매매나 트레이딩에 쏠리는 현상이 완화됐다는 점이 이목을 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상반기 위탁매매(24.5%), 자산관리(14.5%), IB(16.7%), 트레이딩(21.2%) 등 4개 사업부문의 비중이 고른 분포를 보였다. 위탁매매 비중은 줄고 IB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증가한 덕이다.
미래에셋대우는 2분기 IB 수익이 877억원으로 1분기(380억원) 보다 130% 증가했다.
이와 관련 1조2500억원에 달하는 코웨이를 비롯해 한라시멘트 등의 인수금융 업무, 삼양옵틱스와 ING생명 등 IPO주관, 한화생명보험 신종자본증권 발행, 롯데동탄개발사업 매입확약 등 다양한 IB딜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향후 IB사업은 수익구조를 더 안정화하고 전체 이익 규모를 늘릴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해 대형사들은 IB사업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팽팽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IB사업에서 상반기에만 666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상반기 중 총 5건의 IPO를 주관하며 인수금액 기준 약정점유율(M/S) 11.1%, 수수료 기준 12.6%로 업계 3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모 증자 부문에서도 삼성증권, 대한항공 등 총 4건의 공모증자에 참여해 인수·모집금액 기준 M/S(시장 점유율) 29.7%, 수수료 기준 M/S 23.8%로 업계 1위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또한 이번 호실적의 주 요인으로 IB부문 선택에 주저하지 않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PO 수임이 상반기 24건으로 전년동기 5배 증가했고, 이중 WM(고객 자산관리)과의 협업을 통해 계약을 맺은 건이 46%를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계 최초로 PBS(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투자, 대출, 자문, 리서치 등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잔고가 3조원을 돌파했으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증시가 최대 호황기를 맞았음에도 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중소형사들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영증권의 경우 2분기 당기순이익은 225억9085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 감소했다.
유화증권 역시 49억원으로 4%가 줄었다. 부국증권은 13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4.1%나 급감했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등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면서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도 “이런 사업들에서 사실상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