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제주 구간, 대형사 대비 최대 9.5% 비싸
[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대형항공사에 비해 낮은 요금으로 차별화를 두던 저가항공사의 항공운임이 실제로는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구간에서는 오히려 저가항공사의 운임이 더 비싼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포~제주 구간의 성수기 항공권 가격은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 5개 저비용항공사가 최소 10만1200원에서 최대 10만4100원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들은 각각 11만3200원과 11만9200원로 집계됐다.
단지 숫자만 비교하면 이들의 가격은 저가항공사의 가격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 살펴보면 실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대형 항공사는 무료 위탁수하물 제한이 20㎏까지 제공되고 사전좌석지정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반면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무료 위탁수하물 제한이 15㎏로 대형사 대비 5㎏ 부족한 데다 사전좌석지정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하는 대형사와는 달리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각 서비스당 7000~1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이를 바탕으로 예를 들어보면, 저비용항공사의 앞좌석 또는 비상구좌석으로 사전좌석지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총 수하물 무게가 20kg이라고 가정할 경우, 1만7000원~2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최종 요금은 최소 11만1200원에서 최대 12만3900원으로 높아진다. 대형항공사보다 최소 1.4%에서 최대 9.5% 비싼 항공권을 구매하는 셈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제주의 경우 대부분 2박3일 이상 일정이 많아 수하물 무게가 꽤 나가게 된다”며 "사실상 가격 역전돼 저가 항공이 오히려 고가 항공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저가항공사에 불만이 쌓이는 이유는 이것 만이 아니다. 저가항공사들의 이익은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을 맞고 있는데 줄줄이 약속이나 한 듯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7개 저가항공사 영업이익은 지난해 말 기준 2012년 대비 최소 76.9%에서 최대 2623.4% 증가했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은 각각 2623.4%, 260.8%, 817.9%로 증가했다.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297.3%, 76.9% 늘었다.
이에 대해 협의회 관계자는 “항공사들의 영업이익 증가는 이용객 수가 늘고 유류비는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2년 대비 2016년의 인천공항을 제외한 각 공항의 이용객이 약 2280만명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대형항공사 이용객은 각각 3.5%, 17.7% 증가한 반면 저비용항공사는 약 70%~172% 급증했다.
이와 함께 2012년~2014년 배럴당 약 120달러 수준이던 항공유 가격이 2015년 이후 약 60달러 수준으로 하락함에 따라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매출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약 44%에서 2016년 약 24% 수준으로 줄었으며, 타 항공사도 2012년 40%대에서 2016년 20%대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유류비 감소가 영업이익 증가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 2012년부터 동결된 항공권 가격에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2012년 대비 2016년의 항공사 영업이익 증가율이 76.9%에서 많게는 2000%가 넘게 폭증한 상황에서 이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 진에어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항공사가 비슷한 시기에 가격을 인상하면서 가격담합도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협의회 측은 소비자들이 '저가항공'이라는 용어에 속지 말고 가격 비교를 꼼꼼히 할 것도 당부하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는 “결국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들 뿐”이라며 “단순히 저가항공 말만 믿고 예전처럼 구매를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저가항공이 낮은 가격에 항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가격 비교를 꼼꼼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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