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기준금리차 0.75%p로 확대
美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1.75~2%에서 2~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번 금리인상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올해 들어 3월과 6월에 이은 세 번째 금리인상이다. 이에 따라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기준으로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1.5%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연준은 올해 12월 한차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전망했다. 연준 위원들의 개별적인 금리인상 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12명이 올해 네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6월 점도표에 비해 4명 늘어난 수치다.이주열 “이미 예견된 일...국내시장 큰 영향 없을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미 시장에서 예견한 것이고, 미 FOMC에서 밝힌 금리전망도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이번 인상으로 국내금융시장이 곧바로 큰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 인사청문회 당시 한미 정책금리차 1.00%포인트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 이 총재는 “100bp(1.00%포인트)라고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정책금리 역전폭이 75bp(0.75%포인트)로 확대됐고, 미국은 앞으로도 금리를 올릴 계획이기 때문에, 내외금리차를 좀 더 경계심을 갖고 자금흐름의 추이를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간다고 했지만 실제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대내외 변수가 그만큼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그는 “바깥으로는 미중 무역분쟁이 생각보다는 격화되고 있고, 물가와 고용사정이 금리를 올리기에는 조금 미흡한 만큼 금리 결정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해서 신중히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금리결정에는 거시경제변수가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에 사실상 저금리가 오래갔을때 금융불균형이 어느정도 쌓일 것인가 하는 것도 봐야한다”며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는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금리인상 압박이 강해졌다는 것을 이 총재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긴장감은 ‘고조’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인상이 자금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미 올해 3월 이후 입증됐다. 채권시장에는 오히려 외국 자금이 들어왔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13일 기준)까지 외국 증권자금은 86억 달러 넘게 순유입됐다. 외국인 주식투자금은 28억1천만 달러 순유출이지만 채권에선 114억7천만 달러 순유입된 결과다. 양호한 대외건전성이 그 배경으로 설명된다. 문제는 신흥국 금융불안으로 국제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경우다. 일부 국가에서 외채 만기 연장이 안 되고 급격하게 자본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이 발생하고, 불안이 주변으로 퍼지면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내외 금리차가 크면 충격파가 확대될 수 있다. 때문에 금리차가 커질수록 긴장감도 고조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금리인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자금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 자본유출은 금리 차가 아니라 대외여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금리차 확대로 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급격한 자본유출 우려는 낮다. 달러 인덱스 등 대외 여건 변수를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진단했다.인상시기 놓고 고민 빠진 한은
올해 미 연준이 금리를 3차례 올릴 동안 한은은 계속 동결했지만 맥놓고 관망하는 모습은 아니다. 이일형 금통위원이 지난 7월부터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금통위원들도 금융안정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상 시기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10월 인상에 가장 큰 걸림돌은 경기 지표다. 10월 금통위 전에 물가와 고용 등 지표가 나오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10월에 인상하면 이낙연 국무총리의 금리 발언에 따라 움직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한은을 향한 신뢰에 금이 가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 11월로 미룬다고 사정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그때가 되면 내년 경기가 주목받게 될텐데, 내년 성장률을 올해보다 높게 보는 기관은 드물다. 게다가 미중 무역분쟁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금리를 그대로 두자니 한미 금리차는 자꾸 벌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다.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향한 우려가 커진다. 가계부채는 저금리로 인한 금융불균형의 대표 사례이자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힌다. 이 총재가 어려운 여건에 놓인 한국 경제를 위해 어떤 방법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