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남북 국회회담이 성사될까. 국회가 이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며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북한은 지난 27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명의로 서한을 보내 남북 국회회담 개최에 대한 ‘원칙적 동의’ 의사를 표명했다고 국회는 밝혔다.
이에 국회는 곧바로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을 단장으로 TF를 꾸려 남북 국회회담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 전했다.
남북 국회회담은 지난 1985년 북측이 처음으로 제안했다. 당시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채문식 국회의장에게 남북 국회의원 회담을 제의했다. 북한 측에서 제시한 안건은 ‘남북 불가침 선언’ 문제였는데, 각 국회의 비준을 거쳐 법적 효력을 갖고자 했다.
우리 측은 이 문제가 정부 당국의 소관 사항이니 국회가 나설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두 차례 실무접촉이 이뤄졌으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며 첫 남북 국회회담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불가침 선언 문제는 이후에도 꾸준히 남북이 엇갈리는 쟁점으로 불거졌다. 남북 국회회담은 첫 제안 뒤에도 수 차례 논의와 무산을 반복했다. 판이한 이견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북한의 서울 올림픽 대회 참가 논의가 이뤄졌을 당시에는 우리 측이 먼저 남북 불가침 선언 문제를 내세웠다. 그러나 북한 측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원했고, 회담은 끝내 무산됐다.
2000·2002·2004·2005년에도 남북 국회회담이 화두에 오르긴 했지만, 미온한 태도를 취하거나 보안 관련 쟁점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다 논의 단계에 그쳤다.
2007년에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2008년에는 김영호 국회의장이 북측에 국회회담 개최를 제안했으나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처럼 남북 국회는 33년 ‘밀당(밀고 당기기)’의 역사를 종결짓고 마주할 수 있을까.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 문제가 이번 국회회담의 성사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복 의장은 이에 대해 28일 우리 측에 보낸 서한에서 “앞으로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각 분야의 회담 일정들이 협의되는 데 따라 정해질 수 있다”며 “이 기회에 나는 귀측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비준 동의 문제가 하루빨리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국회회담을 위해 비준 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선 자유한국당만 반대 입장이다. 그간 ‘검토하겠다’던 바른미래당이 “국회와 함께 한다는 원칙”을 밝히며 입장을 선회하면서다. 남북 국회회담과 판문점 선언 비준을 반대하며 ‘나홀로’ 노선을 택한 한국당이 칼자루를 쥔 셈이다.
한국당은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척을 촉구했다.
한국당은 지난 27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척이 없는데, 북한의 말의 성찬에 국회까지 나서 성급한 남북관계 개선에 발 벗고 나서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며 “남북 국회회담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가시화 되고,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여건에 따라 여야 간 충분한 협의 하에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 “한국당도 당연히 함께 할 것”이라 예상했다.
정 전 국회의장은 “(남북 국회회담은) 과거 1984년에도 논의됐던 적이 있고, 1989년과 1990년에는 남북의회 간에 10여 차례 대화했다. 그 당시 국회의장이나 다수당이 지금 한국당의 전신이었다”며 국회회담 개최를 장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