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리뷰] ‘막말’ 시대 접어든 정치권, ‘오십보백보’
[폴리리뷰] ‘막말’ 시대 접어든 정치권, ‘오십보백보’
  • 이정우 기자
  • 승인 2019.05.16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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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두류공원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그야말로 막말의 시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많은 말들을 내뱉다보니 ‘막말’도 내뱉는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최근 막말이 과거 막말과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과거 막말의 경우 ‘노인 폄하 발언’ 등이나 ‘장애인 비하 발언’ 등은 막말이기는 하지만 ‘욕설’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막말은 ‘막말’을 넘어 ‘욕설’이 되고 있기에 그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막말은 자신의 지지층에게는 ‘속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할지는 모르지만 정치를 후퇴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막말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최근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의 막말은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일 김무성 의원은 4대강 보 해체 반대 집회에서 “4대강 보해체를 위한 다이너마이트를 빼앗아서 문재인 청와대를 폭파시켜 버리자”고 말을 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김 의원을 내란죄로 다스려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해서 현재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회 쳐먹고, 찜 쪄먹고, 뼈까지 발라 먹는다.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고 글을 올렸다가 비판을 받았다.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XX X 무슨 대통령입니까”라는 연설을 했다가 논란이 됐다. 김순례·이종명·김진태 의원은 5.18 망언을 하면서 논란이 일어났고, 현재진행형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장외집회에서 “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들에게 공격받았다”고 말을 했다가 여론의 뭇매는 물론 원내대표를 사퇴해야 한다는 규탄대회까지 열렸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지난 총선 당시 홍희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투표한 대구·경북 유권자들을 ‘이상한 표’로 묘사했다가 홍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또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사용한 것으로 의심이 가는 ‘문노스의 장갑’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 망언 의원들의 징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광주에 방문하겠다는 것에 대해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표현해서 비판을 받았다.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대한애국당의 천막 철거를 두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한애국당을 ‘불법 집단’이라고 불렀다. 그러자 진순정 대한애국당 대변인은 “박원순 시장의 단두대를 설치하고, 포승줄에 묶인 박원순 시장의 조형물도 만들어 걸겠다”고 말했다.

막말에 제동 건 문재인 대통령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막말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면서 막말에 대해 제동을 가했다.

그러면서 “험한 말의 경쟁이 아니라 좋은 정치로 경쟁하고, 정책으로 평가받는 품격 있는 정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황교안 대표는 지난 15일 “지금 우리더러 막말하지 말라고 할 입장인가”라고 맞받았다.

이처럼 현재 정치권은 막말 공방에 휩싸였다. 이는 내년 총선 정국으로 사실상 들어갔기 때문으로 정치권은 해석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엇비슷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자당 소속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속시원한’ 상쾌함을 주는 그런 발언을 쏟아내면서 막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대 진영의 입장에서는 ‘막말’이라고 판단하겠지만 지지층은 ‘사이다 발언’으로 해석한다. 이런 이유로 막말 발언이 많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더욱이 막말은 전파력이 상당히 높고, 지지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킬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혀지기 때문에 막말을 해도 ‘징계’만 받지 않으면 인지도를 높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과거에 비하면 막말의 수위가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막말이 있었지만 상대 진영에게 ‘욕설’을 내뱉을 정도의 막말은 아니었다.

엇비슷한 지지율로 인해 결국 충돌이 반복하면서 극단적인 언어선택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벌어졌다면 아마도 막말은 잠잠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지면서 지지층 결집에 상당한 공을 들이게 되면서 막말 논란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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