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지난 6월 4일 조현병 환자가 몰던 역주행 화물차 사고로 예비신부 A씨(30)가 사망했다. 얼마 뒤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의 사망 소식에 국민들은 안타까워하는 순간 분노를 일으키는 소식이 또 다시 들려왔다.
그것은 30년 동안 소식을 끊고 살아오던 친모가 나타나서 보험금 상속권이 자신에게 있다면서 보험금 상속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30년만에 나타난 친모, 상속권 주장
A씨의 사촌언니라는 B씨는 지난 6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A씨 친모의 친권을 박탈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청원을 올렸다.
사연은 A씨가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가 이혼을 했고, A씨는 고모 집에 맡겨서 양육됐고, 친부는 A씨가 5살 때 사망했다. 그리고 친모는 아예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A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친모가 친권을 내세워 A씨의 사망보험금을 받으려고 했다는 것이 B씨 이야기다.
이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토의 글로 넘쳐났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다수 시각이다. 친권과 상속권은 별개의 문제다. 부모가 자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해서 상속권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민법에 의하면 결혼하지 않은 사라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나 자녀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상속인이 된다.
별도의 유언장이나 보험게약서 상 수익자를 지정하지 않으면 부모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속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속을 받게 된다.
이런 유사 사례는 수없이 많다. 2014년 발생한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당시에도 희생자의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에게 상속권이 있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에도 친모가 나타나 보험금을 몰래 가져갔다.
이처럼 양육을 하지 않은 부모가 자녀의 사망 이후 갑작스럽게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회에서 입법화 움직임
이에 국회에서도 부양 의무를 소홀히 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녀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자를 상속인의 결격사유로 규정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부양의무소홀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이른바 ‘나쁜 부모 먹튀 방지법’의 내용을 담은 민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서 피상속인에 대해 유기 및 학대를 했다거나 부모가 자신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경우 상속인이 될 수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재호 의원은 “부양의무를 게을리 한 부모가 자식의 사망보험금을 얻기 위해 오랜 기간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사례가 반복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오래된 민법의 상속권 제도에 대한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