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정우 기자]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지명 사실을 직접 발표했다.
정 후보자는 6선 의원으로 민주당 대표를 지냈으며 제20대 국회의장을 맡아, 국가 서열 2위를 기록했다.
만약 국회 인준을 통과하면 이낙연 총리에 이어 호남 출신 총리가 된다. 정 후보자 개인으로서는 서열 2위에서 서열 5위가 된다.
이런 이유로 야당 일각에서는 ‘국회의장을 지냈던 인물이 총리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해 ‘격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했다.
경제총리에 적합한 인물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는 경제총리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후 쌍용그룹에서 상무이사까지 17년간 재직을 하면서 기업 경험이 풍부하다. 또한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역임했다.
아울러 국회의장을 지냈기 때문에 여야의 협치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힘이 많이 빠지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정 후보자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인사청문회이다. 6선을 지낸 인물인데다 국회의장까지 역임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야당들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있지만 국회의장까지 지난 인물을 현미경 검증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까지 지낸 인물이기 때문에 야당들이 낙마를 시킨다면 부적합한 인물을 자신들의 손으로 국회의장에 선출했다는 아이러니가 연출되는 상황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총선 역할론 때문이다. 이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 제기됐던 것이 바로 서울 종로구 출마다. 하지만 정 후보자가 내년 총선 종로 출마를 그 누구보다 강하게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에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도 종로구 출마를 생각하다가 결국 총선 출마 자체를 접었다.
이 총리가 종로를 출마하기 위해서는 정 후보자에게 그만큼의 보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무총리를 제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대체적인 반응은 일단 긍정적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 후보자는 민생과 경제 그리고 통합과 화합으로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적임자라고 평가하면서 환영의 뜻을 보였다.
정 후보자가 국회의장 시절에도 온화한 성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화합의 능력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 대한 탁월성도 인정받은 바 있다.풍부한 경험과 정치적 역량으로 국민을 하나로 묶고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데 십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대변인은 기대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 역시 국회의장 출신이 국무총리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민생이 어렵고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총리로서 민생 해결과 국민 통합에 역할을 다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열 논란은 선거제 개혁을 통해서 새로운 권력구조를 만들어가려는 이때에 구시대적인 논란에 불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견환 대안신당(가칭) 수석대변인은 “6선 국회의원으로 국회의장, 당대표, 장관을 역임하는 등 경륜을 두루 갖춘 분인 만큼 총리로서 역할을 잘 수행해 주시기 바란다”면서 역시 서열 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삼권분립 파괴하고 의회를 시녀화 하겠다는 독재 선언이다”면서 국회의장 출신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요, 기본적인 국정질서도 망각한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보여주는 폭거다”고 힐난했다.
이어 “국회의장의 신분과 역할이 이러한데도 지명을 한 대통령이나, 이를 받아들인 정세균 의원이나 두 사람 모두 헌법, 민주에 대한 개념상실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처사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