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가 사상과 통치술을 정립하다
어느 중국 철학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람에게 이기려면 손자병법을 읽고, 사람을 알려면 한비자를 읽고, 사람을 이끌려면 논어를 읽어라,”
한비자의 가장 큰 매력은 읽기가 쉽고 탈무드와 비슷한 우화 스토리를 모아놨기 때문에 재미도 있다.
한비자는 춘추전국시대의 혼란기에 제왕들에게 난세를 평정하고 오랫동안 통치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도덕보다 법으로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이론을 모은 책으로 진시황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고전으로 꼽혀 왔다.
모두 55편 10만여 자로 구성되어 있고 근본사상은 인간을 섣불리 믿지 않고 시스템과 정치술을 통해 군주의 자리를 확고히 해야 한다.
한비자의 통치술 원리는 한 마디로 법·술·세이다.
군주가 나라를 통치해야 할 때 가장 의존해야 할 근거로 ‘법’을 들었고, 신하들을 잘 부려 군주의 자리를 굳게 다지는 인사정책을 ‘술’이라 하고 군주만이 가지는 유일하고 배타적인 권위를 ‘세’라고 한다.
군주가 갖춰야 할 통치술로서
첫째, 조직의 우두머리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가? 둘째, 리더의 행동은 어떠해야 하는가? 셋째, 군주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 에 관한 상대의 마음을 훔치는 기술서다.
한비자 통치술은 근간은 “인간은 이익으로 움직이는 동물이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애정도 동정심도 아니고 의리도 아니고 인정도 아니고 오직 사사로운 이익 한 가지뿐이다,
“뱀장어는 뱀을 닮았고 누에는 애벌레를 닮았다. 뱀을 볼 대마다 모두 깜짝 놀라고 애벌레를 볼 때마다 하나같이 징그러워한다. 하지만 어부들은 맨손으로 뱀장어를 잡고 여자들은 맨손으로 누에를 만진다. 다시 말해 개인적인 이익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본능을 버리고 용기를 얻게 된다.” _한비자 역자 김원중 중에서
2. 법·술·세를 구사하라
한비자는 현명한 군주는 관리들만 잘 감독할 뿐이지 백성들을 직접 다스리지 않는다. 나무줄기를 흔들면 나무 전체 잎사귀가 흔들리게 되고, 그물의 벼리를 당기면 힘들이지 않고 그물을 펼 수 있는 이치라고 주장한다. 또 이익이 되는 곳에 백성들이 몰리고,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일에 선비들이 목숨을 건다.
한비자는 통치론의 핵심은 ‘법’, ‘술’, ‘세’로 본다. 법사상의 경우 현명한 군주는 제도를 시행할 때 상앙에 뿌리를 둔 공평하게 원칙을 지켜라. ‘법’사상은 지위의 높낮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따라야 하는 행위준칙으로 모든 현실적인 대처에 우선하는 통치의 근간이 된다. 한비자는 공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어 격려하고 죄를 지은 사람에게는 벌을 주어 뉘우치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했다. 나라의 멸망을 피하려면 엄격한 법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
'세(勢)'란 지위의 높고 낮음을 가리킨다. 통치자는 말과 행동을 떠나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영향력도 커진다. '세'를 탈 줄 알면 좋은 사람도 나쁜 자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유능한 자를 기용하면 천하를 다스릴 수 있지만, 못난 자를 기용하면 천하를 어지럽히게 된다. 권세를 이용해 법을 엄하게 시행하면 군주의 뜻을 거스르는 백성이 없다
“어떤 사람이 "신불해와 공손앙(상앙) 두 사람의 견해 중 어느 쪽이 나라에 더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그것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문제다. 사람은 열흘 이상 먹지 않으면 죽고, 아주 추운 날씨에 옷을 입지 않으면 얼어 죽는다. 그런데 옷과 음식 중 어느 것이 사람에게 더 긴요하냐고 묻는다면, 둘 중 어느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고 대답할 것이다. 두 가지 모두 사람이 사는 데 꼭 있어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한비자’ ‘정법’ 중에서
‘술’이란 재능에 따라 관직을 주되 그 관직에 따른 직책을 맡긴 다음 생사여탈의 권한을 가지고 신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는 군주가 관직 임명과 일처리에 대한 검사, 공을 세운 자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을 한 자에게는 벌을 주는 일, 신하들을 심사하는 일 등에 대한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가리킨다.
통치에서 '법'과 '술'이 갖는 중요성은 "군주에게 '술'이 없으면 바보처럼 멍청하게 윗자리를 차지하는 꼴이 되고, 신하에게 '법'이 없으면 밑에서 난리를 피우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제왕이 천하를 다스리는 도구"인 것이다. 군왕이라면 권세를 잘 이용해야 한다.
이에 대해 한비자는 우화 한 가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조보(造父)가 밭을 갈고 있는데 한 부자가 마차를 타고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이 놀라 더 이상 가려 하지 않았다. 아들이 마차에서 내려 앞쪽으로 말을 끌고 아버지는 뒤에서 마차를 밀었다. 그래도 여의치 않자 밭을 갈고 있던 조보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보는 농기구를 챙긴 다음 마차 위로 뛰어올라 말을 모는 자리에 앉은 다음 고삐를 잡고 채찍을 드니 말이 달리기 시작했다.”
영리하고 지혜로운 군주가 '법'과 '술'을 장악하여 원칙으로 운용한다. "절기에 맞추어 농사를 지어 재물을 얻게 하고, 세금 제도를 정비하여 빈부를 고르게 하고, 형벌을 엄격하게 하여 간사한 악행을 끊는다. 백성들이 땀을 흘려 일해서 부를 쌓고, 직무를 잘 처리하여 귀한 지위에 오르고,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공적을 세워 상을 받게 하고 군주의 인자한 은혜만을 바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왕이 나라를 다스린다. _「육반」중에서
한비자는 이 고사에서 신하와 백성을 다루는 현명한 군주의 이치를 설명한다.
군자와 국가는 수레에 비유하고 군주의 '세(권력)'는 말에 비유할 수 있다. 말을 다스리는 기술이 있기에 말을 움직이게 할 수 있었고 나라를 다스리는 기술이 없다는 것은 말을 다루는 기술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몸과 말이 피로하면 국가는 환란을 면하기 어렵다.
3. 군주는 직접 백성을 다스리지 말고 관리를 이용하라
한비자는 군주가 나라와 백성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백성을 다스릴 필요가 없고 각급 관리들을 통하여 다스리라고 한다. 이는 마치 나무줄기를 흔드는 것과 같아, 나무 전체가 흔들리면 나뭇잎이 떨어진다. 연못 주변 나무에 둥지를 틀고 사는 새들도 놀라 하늘로 날아가고, 연못 속의 물고기들은 바닥으로 숨는다.
또 그물을 잘 던지는 사람은 그물의 벼리만을 쥐면 되지, 그 많은 그물코를 일일이 건드리는 것은 헛수고일 뿐이다. 따라서 관리는 나무줄기와 그물의 벼리에 비유할 수 있고, 군주는 이 관리들만 잘 다스리면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또한 불을 끄는 일에 비유한다. 관리들에게 직접 물동이를 들고 가서 불을 끄게 하는 것은 개인의 작용을 발휘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관리들에게 채찍이나 지휘용 깃발을 들게 하여 만 명의 백성들을 지휘하면 빨리 불을 끌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구체적이고 작은 일에는 매달리지 않는다.백성들을 너무 사납게 압박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의 반란을 자극하게 된다. 사람을 기용하는 '용인(择人)' 기술의 경우 개인적 원한을 공적인 일에 개입시키지 말라고 한다. 통치자의 이익을 위해서 유능한 인재를 반드시 기용해야 한다. 유능한 인재는 반드시 군주를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 자를 제거해야 한다. 한비자는 유능한 인재의 기준과 용인의 원칙을 정했다. "안으로는 친척이라 해서 피하지 않고, 밖으로는 원수라 해서 피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세웠다.'법'과 '술'의 요구에 부합하고 재능이 있으며 군주에게 소용이 있다면,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낮아도, 또 친척이나 원수라도 추천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4. 현실에 입각한 현실을 위한 고전
현실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한비자는 무엇보다 유가를 비롯한 제자백가들이 고대의 성현만을 숭상하는 태도에 매우 비판적이었다. 한비자는 역사는 진화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견되면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보았다. 유명한‘수주대토’의 고사처럼 우연히 죽은 토끼를 기다리며 허송세월하는 태도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비자의 현실론은 군주와 신하의 기본적인 관계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관계라고 본 것에서 출발한다. 이런 측면에서 인간의 본성을 선하게 보고, 이상적인 고대의 성인들을 답습하려는 유가의 사상을 매우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여겼다.
5. 제왕학의 거보! 한비자는 누구인가?
저주받은 비서(秘書)를 남긴 말더듬이 법가의 집대성자이자 통치술·제왕학의 창시자. 한비자(기원전 약 280∼233년)의 이름은 한비이고 전국 말기 한(韓) 출신이다.
그는 인성의 약점과 욕망을 아프게 지적하는 예리함과 얼음처럼 차가운 지성의 소유자로서 법가 사상을 집대성했고, 그것은 통치술과 제왕학으로 표출되었다.한비자는 유가 학설에 반대하면서 군주의 권술(權術)에 대해 전제독재로 신하를 통제하는 데 이론과 방법을 제공했다.한비자의 중심 사상은 이렇다. 군주는 막강한 권력을 지녀야 하며 인민들의 감사를 바랄 필요가 없다. 국민의 원망에도 아랑곳할 필요가 없다. 그저 상벌이 엄격하고 분명하면 정부를 만능으로 만들 수 있다.한비자가 죽은 뒤 그를 숭배하는 학자들이 그의 작품을 하나의 책으로 정리하여 『한비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비자를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던 진시황은 말했고 한비자의 사상을 활용했다.제왕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킨 한비자였지만 많은 오해와 공격의 표적이 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면키 어려웠다. 진나라의 공격을 받은 한나라의 한비자는 진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항복을 자청하게 된다. 하지만 진은 한비자를 억류시킨 다음 단숨에 한나라를 공격하여 한왕 안(安)을 포로로 잡고 한나라를 멸망시켰다.
6. 리더에게 던지는 말
1) 리더는 용의 등에 올라탄다.
권력의 심장부를 장악하거나 권력의 핵심부를 설득하지 못하고는 근본적인 개혁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뜻이다. 핵심을 설득하지 못하면 개혁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이 말이 쉽지만은 않다. 환경의 어려움과 자존감이 상실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 한 번씩 거울을 보며 ‘난 훌륭해,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불러 넣어야 한다.
2) 리더는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좋은 리더는 수많은 변명 뒤에 숨지 않는다. 노력해도 안 된다고 환경 탓을 하는 것은 리더가 아니다. 상황을 뛰어 넘지 못한다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내 것이 아님을 알고 능력부족이라고 생각한다.
3) 리더는 부하의 충성에 의존하지 않는다.
훌륭한 리더는 충성을 요구하는 대신 문제를 풀어 낼 재능을 가진 사람을 등용한다. 재능을 가진 자가 그 재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리더가 좋은 리더이다.
4) 리더는 자신과 싸워 이긴다.
리더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다. 원수와도 웃으며 악수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자기 통제에 능해야 한다.
5) 리더는 세상의 모든 지혜를 빌린다.
세상은 인간관계의 굴레에 속한다. 리더는 자신의 머리와 지혜만 믿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좁은 한계를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인간은 부족하기 마련으로 다른 사람의 지혜를 빌려야 한다.
6) 리더는 암흑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리더는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길을 제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길을 개척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리더다.
7) 리더는 마지막까지 책임을 진다.
리더의 길은 고독하다. 오랜 과정에서 믿을 수 있는 부하와 추종자도 얻지만 때로는 배신과 비난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고로 리더의 책임은 무한대이자 본질적으로 고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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