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은행돈’ 안빌리고 안쓴다
대기업들, ‘은행돈’ 안빌리고 안쓴다
  • 서성일 기자
  • 승인 2016.11.0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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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발행 등 직접금융시장 축소되고, ‘사내유보금’은 증가세
[파이낸셜리뷰=서성일 기자] 대내외 불안감에 기업들의 실질적인 투자가 대폭 축소되는 한편 한계기업 구조조정, 기업실적 부진 등에 따른 회사채시장과 증시 침체로 직접금융시장에서 기업들의 활동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과 주식발행을 더한 직접금융시장은 지난 2009년 92조4000억원에서 올해 9월 기준 3조9000억원(산업은행.금융투자협회 기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이익편중이 대기업으로 더욱 편중되고 있지만 이른바 ‘낙수효과’를 유발시키는 투자 등으로 이어지지 않아 경기한파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직접금융시장 위축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시 비중은 한국이 89%로 미국(140%), 영국(136%)에 크게 밑돌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채시장은 국내외 굵직한 악재로 우량등급인 AA급 위주로 재편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났다. 지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BBB+ 이하 회사채 발행 비중이 급감했다.  이후 2012년 9월 웅진 사태를 거치면서 A등급마저 한파를 맞았다. BBB 이하 회사채 발행 비중은 2007년 20.7%에서 2015년 3%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울러 금융투자협회 기준 회사채 발행 비중은 지난 2010년 AA 이상 53%(발행액 24조3000억원), A 35%(16조원), BBB 이하 10%(4조9000억원)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AA 이상 77%(31조8000억원), A 18%(7조6000억원), BBB 이하 3%(1조4000억원)로 변경됐다. 한 채권시장 전문가는 “조선.해운.철강 등 기업 구조조정 불신으로 A등급 이하 회사채 발행시장은 발행도 거의 안 되고 소화도 안 된다”며 “주식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 시장도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신용등급 하향조정 기업이 증가하면서 투자심리는 악화됐다. 신용등급 하향 기업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도 39곳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90곳을 넘어섰다. 이는 규제체계의 문제가 직접금융시장 위축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부장은 “자본시장법이 포괄적 규정 중심 규제로 투자은행(IB), 핀테크 등 혁신적 활동이 지연돼 직접금융시장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접금융인 은행 대출잔액은 지난 2009년 1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0조원에 달했다. 또한 올해 중소기업 대출이 29조원 가량 늘어나는 등 증가세다. 은행의 기업 대출은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개인사업자(소호) 대출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대기업에 쏠리지만 경기불안으로 사내 유보금을 쌓으면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경기부진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사내 유보금은 지난해 500조원, 올해 550조원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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