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K팝이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BTS)가 전세계적으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며,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에서 수많은 팬들을 모으면서 팬덤 현상을 낳고 있다.
이런 팬덤 현상은 미국의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K팝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선거유세도 좌지우지하면서 그야말로 미국의 정치판을 엎어놓았다.
K팝 열풍은 미국 전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11월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 음악이 이제 미국의 정치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매개체가 됐다.
당혹하게 만들었던 트럼프 유세 현장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크게 실망해야 했다. 그것은 유세 참석률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캠프는 지난 11일 트위터에 털사 유세장 무료입장권을 휴대전화로 예약하라고 격려했다. 그러자 완판이 됐다. 하지만 이날 실제 참석한 사람은 2/3도 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대책본부장은 시위대가 지지자들의 입장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는 K팝 팬들이 주도한 ‘노쇼’ 시위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1일 트위터에 무료입장권을 휴대전화로 예약하라고 격려했지만 동영상 중심 SNS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수십만장에 달하는 표를 예약하고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K팝 팬들은 트럼프 캠프가 무료입장권을 나눠준다는 사실을 틱톡을 통해 공유했고, K팝 팬들은 예약을 한 후 정작 유세장에 나타나지 않는 방법으로 시위를 주도했다.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급진적인 시위대가 참석을 방해했다”고 주장한 파스케일 트럼프 캠프 본부장을 향해 “사실 당신은 틱톡을 쓰는 10대들에게 한 방 먹었다”고 답장했다.
점차 세과시하는 K팝 팬덤
실제로 K팝 팬덤이 미국 정치권에서 세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팝 팬들은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맞아 트럼프 캠프가 생일 축하 메시지를 요청했을 때 자신이 좋아한느 가수의 영상을 편집해 대량으로 보내 세를 과시했다.
또한 지난달 31일 댈러스 경찰이 불법 시위 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을 때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편집해 대량으로 보내면서 댈러스 경찰이 난감한 모습을 연출해야 했다.
K팝의 미국 정치권 세 과시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떠올린다는 것이 미국의 시각이다.
당시 미국인들은 비틀즈 노래 등을 통해 전쟁 반대를 외쳤고, 그것이 결국 베트남 전쟁의 종식을 고하게 만들었다.
K팝 팬들은 2020년 흑인을 향한 공권력의 폭력에 분노하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트럼프 정부에 항의를 하고 있다.
K팝이 미국 시민들에게 비폭력 시위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이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또 다른 도구가 되는 이유는 그들만의 독특한 ‘결속력’ 때문이다.
K팝 팬덤 현상이 정치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새로운 방식의 정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것은 곧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예측된다.
K팝 팬덤은 누구도 건드려서는 안되는 이유는 가장 강력한 군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CNN의 분석이다.
미국 정치 문화를 바꾸는 K팝 문화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다. 2016년 최서원(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학사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이화여대 학생들은 운동권 노래 대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면서 시위를 주도했고, 그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K팝 팬덤 현상이 미국의 정치 문화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