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리뷰] 유명희 WTO 사무총장 도전 선언...복잡한 셈법은
[국제리뷰] 유명희 WTO 사무총장 도전 선언...복잡한 셈법은
  • 남인영 기자
  • 승인 2020.06.25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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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입후보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입후보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리뷰=남인영 기자]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직에 출마를 선언했다. 정부는 차기 사무총작직 입후보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유 본부장은 지난 25년간 통상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췄기 때문에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충분한 자질과 역량을 갖고 있다.

정부는 주네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사무국에 유 본부장의 입후보를 공식 등록할 예정이다. 입후보로 등록하게 되면 본격적으로 경쟁에 들어가게 된다.

5명의 후보 경쟁

입후보들은 유 본부장을 비롯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의 외교부 출신 하미드 맘두 변호사,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 등이다.

입후보자 등록기간 마감일인 다음달 8일까지이기 때문에 다른 입후보자들도 나타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후보 등록이 마무리 되면 선거운동에 들어가고, 회원국 협의를 통해 지지도가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킨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최종 단일 후보를 만든다. 통상적으로 선거운동이 3개월, 회원국 협의가 2개월이지만 로베르토 아제베도 현 WTO 사무총장이 오는 8월 31일 조기 사임하기 때문에 선거 절차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WTO 사무총장은 임기가 4년이고, 한번 연임을 할 수 있다. 세계경제대통령이라는 측면에서 WTO 사무총장이 된다면 그에 따른 영광은 상당하다.

미국·유럽연합 표심이 좌우

우리나라는 3번째 도전인데 성공을 시키겠다는 각오다. 사무총장직이 선진국과 개도국이 번갈아가면서 지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라질 출신 현 사무총장이기 때문에 다음에는 선진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남미 출신이 사무총장이 됐기 때문에 다음에는 아프리카 출신이 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어쨌든 아시아권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도전은 상당히 의미가 깊다. 유 본부장은 아시아권 사람이라는 점과 G7에 우리나라가 합류할 수 있을만큼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간다는 점을 강조하면 승산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 본부장은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인 중견국으로 우리나라의 역할이 WTO에서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WTO는 설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때문에 WTO 존립 자체가 위협 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적임자라는 게 유 본부장의 생각이다.

미국이 WTO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사무총장이 나온다면 미국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중국 역시 아시아권 인사가 사무총장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이런 점을 강하게 어필을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유럽연합의 경우에도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설파하면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변수 존재

문제는 일본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유 본부장의 출마에 대해 상당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일본 언론은 지난 24일 일제히 유 본부장의 출마를 보도했다.

그것은 향후 한일 간 무역분쟁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징용피해자 배상 등 역사 인식 문제를 놓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격돌하면서 수출 규제 조치 등이 WTO에 넘어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무총장이 우리나라 사람이 된다면 일본으로서는 상당히 불편해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일본이 우리나라의 일에 대해 방해를 해왔다는 점을 살펴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일본의 입김이 어떤 식으로 작용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의 회고록에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을 하려고 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종전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철회했다고 밝혔다.

즉, 일본이 우리나라와 관련해서 긍정적인 요소는 무조건 방해하려고 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따라서 WTO 사무총장 도전에 일본의 훼방이 상당히 거셀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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