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석원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신차 수준의 상품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중고차 사업 방향을 7일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신뢰 제고, 중고차 매매업계와의 상생을 목표로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고품질의 인증 중고차(CPO·Certified Pre-Owned)를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보유한 기술력을 활용해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인증 중고차만 시장에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5년, 10만㎞ 이내의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국내 최대수준인 200여 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이를 통과한 차량을 신차 수준의 상품과 판매 과정을 거쳐 선보일 계획이다.
아울러 중고차 관련 통합정보 포털을 구축해 정보 비대칭이라는 기존 중고차 시장의 단점을 해소하고, 자체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등 중고차 매매업계와 동반 성장할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 중고차 시장 진출 나서는 완성차업체들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완성차업체는 현재 법적으로 중고차 시장 진입에 제한이 없음에도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의 반발로 인해 시장 진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거듭된 협상에도 중고차 매매업계는 합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지난해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결론을 내릴 것을 약속한 중소벤처기업부도 여전히 심의위원회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자 조급해진 완성차업계가 결국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중고차 매매업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서 업체 등록만 하면 완성차업체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그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입이 불가능했지만, 지난 2019년 초에 지정기한이 이미 만료돼 지금은 법적으로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한다면 모든 준비 과정을 철회해야 해 아직 완성차업체에 대한 중고차 시장 개방을 기대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월 14일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 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벌였으나,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대선 이후인 3월에 다시 회의를 다시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대선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이달 셋째 주에 심의위가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는 한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제외가 결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완성차업체들은 중고차 시장 진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이전부터 꾸준히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해온 만큼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는 데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사업 개시와 인수, 확장이 제한됐다.
이후 지난 2019년 2월 지정기한이 만료되면서 기존 중고차업체들은 다시 한번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는 같은 해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추천하지 않았다.
이에 심의위가 곧장 열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와 완성차업계의 독점 논란으로 인해 중기부는 지정 심의 시한인 지난해 5월을 넘겨 현재까지도 심의위를 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주재로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함께 참여한 ‘중고차매매산업 발전협의회’까지 발족했지만, 역시 상생안 도출에 실패했다.
완성차업계는 중기부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기존 중고차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연간 거래 대수 점유율을 올해 5%, 2023년 7%, 2024년 10%로 단계적으로 늘려 나가겠다는 합의안을 제시했지만,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