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영선 기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파트인 서울 서대문구 ‘충정아파트’가 철거된다.
서울시는 15일 제7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충정아파트 철거 내용을 담은 서대문구 충정로 3가·합동, 중구 중림동·순화동 일대 ‘마포로 5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정비계획 변경결정안’을 수정가결했다.
이번 계획안 통과 과정에서는 주민 공람 시 보존하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안전 문제와 주민 의견 등을 고려해 기록보존하기로 결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충정아파트는 위험건축물로 철거하되, 같은 위치에 충정아파트의 역사성을 담은 공개공지를 조성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때 주택난 해결 위해 건설
1930년대 조선의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를 짓기로 조선총독부는 결정한다. 이에 일본인 건축가 도요타 다네오의 설계로 충정아파트가 건설됐다.
광복 직전에 해당 아파트는 한 기업에 의해 인수됐고, 호텔 용도로 변경됐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인문군의 인민재판소 건물로 사용하면서 건물 지하에 양민들이 학살되기도 했다.
한국전쟁 이후 트래머 호텔이라고 불리는 유엔 전용 호텔이 됐다. 그런데 한국전쟁 당시 아들 6형제를 잃어버린 김병조라는 사람의 사연을 들은 미군 측이 김병조에게 수리까지 해서 시가 5억환짜리 해당 아파트를 양도를 했다.
김병조는 코리아관광호텔로 호텔 영업을 시작했지만 1962년 해당 사연이 거짓말인 것이 들통나면서 구속과 동시에 해당 건물을 폐쇄했다.
문화유산으로 지정까지 됐지만
1963년 의사에게 임대계약이 낙찰되면서 병원으로 바뀔 뻔 했지만 다른 사람의 소유로 넘어갔다. 해당 주인은 1967년 유림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분양을 했다. 그 이후 1975년 서울은행 소유가 됐는데 이로 인해 입주자들과 서울은행 간의 소유권 문제가 발생했고, 1976년 소유권 분쟁이 타결되면서 입주자들이 은행에 매입대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1979년 충정로 왕복 8차선 확장공사로 아파트 3분의 1정도가 잘려나갔다. 입주자들과의 분쟁 때문에 19가구만 철거하기로 됐고, 현재의 구조로 바뀌게 됐다.
이후 재개발 문제 등등으로 몸살을 앓아오다가 2013년 서울시가 충정아파트를 우리나라 최초 차아파트로 공인하면서 ‘100년 후의 보물, 서울 속 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안전진단 문제 등으로 문화재 지정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이번에 철거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