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뷰] 이복현 금감원장 한마디에 ‘눈치(?)’ 보는 은행권
[금융리뷰] 이복현 금감원장 한마디에 ‘눈치(?)’ 보는 은행권
  • 전수용 기자
  • 승인 2022.07.04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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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출처=금감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출처=금감원
[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우리나라의 한국은행도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주요 시중 은행들은 금리 상승기에 이례적으로 대출금리를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정기 예·적금 상품의 금리는 특판 등을 통해 연 3∼5%대까지 올리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권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으로 급증하는 대출자들의 부담을 고려한 대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뜯어보면 지난달 취임한 검사 출신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엄포’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이자 장사’라는 경고가 쏟아지고 예대금리차(예금·대출 금리 격차)가 7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지자 부담을 느낀 은행권이 나름대로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된다.

금리 인하 움직임 ‘확연’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p(포인트)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같은 달 22일 대출금리를 최대 연 0.41%포인트 인하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부터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담보, 전세자금 등 주택관련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이번주(4∼8일)부터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 최대 0.35%포인트(p), 0.30%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금리 상승기에 커진 이자 부담 등을 고려해 ‘취약 차주(대출자) 프로그램’도 이달 초 가동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최근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금융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금리 인하, 분할상환 유예 등 다양한 금융비용 절감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4월부터 시행 중인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 인하 정책을 연장해 시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관련 부서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며 “4월부터 해오던 한시적 금리 인하 폭을 넓히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출처=각 사
국내 주요 시중은행./출처=각 사

예·적금 금리 ‘인상’ 릴레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대출금리 인하 러시와 반대로 예·적금 금리의 경우 지속적으로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22일 우리은행은 최고 금리가 연 3.20%인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2조원 한도로 내놨는데, 불과 6일 만에 소진돼 같은 달 28일 한도를 두 배인 1조2000억원으로 확대했다. 1일 현재 한도까지 1437억원만 남아 두 번째 소진이 임박했다. 같은 달 17일 케이뱅크가 출시한 연 5.0% 금리의 ‘코드K 자유적금’ 10만 계좌도 10일 만에 모두 판매됐다. 이처럼 6월 두 차례 선보인 5%대 금리 적금 특판에 힘입어 수신(예금)이 한 달 사이 8500억원이나 늘자 케이뱅크는 이달에도 특판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일 창업 40주년을 맞아 특판 상품인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과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10만 계좌 한도로 출시된 페스타 적금은 주(週) 단위로 납입하는 만기 10개월 자유 적금으로, 월 최대 3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고 금리가 연 4.0%에 이른다. 1년제 정기 예금인 S드림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연 3.2%)도 3%를 넘고, 최대 가입 가능액은 1억원이다. 역시 1조원 한도가 정해진 특판 상품이다. NH농협은행도 오는 11일경 우대금리 0.4%포인트를 포함해 금리가 연 3%대인 정기예금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은행권의 금감원장 눈치보기(?)

이같은 은행권이 행보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 이후 나온 조치들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사 출신인 신임 금감원장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한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원장은 지난달 20일 주요 시중 은행장과의 첫 간담회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의 발언이 나온 만큼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추려는 분위기가 확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정치권의 목소리도 영향을 끼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같은 달 28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7000억원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며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총수신(예금) 금리는 1.08%, 총대출 금리는 3.45%로 예대마진은 2.37%포인트 수준이다. 2014년 10월(2.39%포인트)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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