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모멘텀도 '부재’
증권업계의 2분기 실적은 메리치증권을 제외하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모멘텀(주가가 상승하고 있을 때 얼마나 더 상승할 것인지, 또는 주가가 하락하고 있을 때 얼마나 더 하락할 것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도 부재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국내증시(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가량 줄어든 13조31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26조3378억원) 대비 반 토막 수준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1월(11조8836억원)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상반기 거래대금이 달을 거듭할수록 줄어들고 있는 데다, 2020년 이전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저금리 기조와 함께 자산가격 버블으로 주식시장 '머니무브'가 가속화됐던 2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올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20조6509억원 ▲2월 18조6600억원 ▲3월 19조8867억원 ▲4월 18조5576억원 ▲5월 16조8658억원 ▲6월 16조2247억원으로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금융권 전반에 걸쳐 '역머니무브'가 일어나는 등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미국의 긴축 기조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렸지만, 한미금리 역전이 발생하는 등 국내 주식시장 메리트가 낮아진 영향이다. IB(기업투자) 부문의 수익성 부진도 3분기 호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 증권사 부동산 PF 점검을 주문한 바 있고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증권사 고유 먹거리에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라서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규모 상위 10대 증권사 채무보증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2조8364억원으로 2016년 말의 18조3461억원보다 79%(14조4천903억원) 증가하기도 했다. 한 주요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업종은 강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2020년 이전 수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비중이 하락해 브로커리지 관련 모멘텀이 부각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의 유동성 지표 악화와 부동산 PF 관련 IB 딜 축소 가능성, 보유 투자자산에 대한 건전성 우려 등이 증권업종 반등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금융당국의 ‘타게팅’ 공포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미래에 크게 위축된 증권업계는 최근 “이번 주는 또 누가 타깃이 될까”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전해진다. 검찰과 금융감독원 등 기관이 전방위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한 사모펀드 이슈, 새로운 의혹들이 터지면서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은 언제 또 '타깃'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매주 금감원 조사, 검찰 압수수색이 나오는 것 같다”며 “이번주는 또 어디가 타깃이 될지 떨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앞서 지난 5일 서울남부지검은 수천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사태와 관련된 증권사들을 압수수색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대상이었다. 이들 증권사의 경우 주요 판매처는 아니지만 각각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관련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체결한 곳이다. 금감원도 지난 5월 환매중단 사모펀드 관련 검사를 올해 지속하겠단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사회적 물의가 크고 법규 위반 소지가 있는 펀드 판매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대한 검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해결 사모펀드에 연루된 증권사들은 좌불안석이다. 금융당국이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대규모 환매 중단이 벌어진 펀드 판매사에 대한 검사는 끝냈다. 하지만 현재까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펀드, 젠투 펀드 등을 판매한 회사들에 대한 검사는 마무리하지 못했다. 팝펀딩이나 알펜루트 펀드 등도 남아있다. 특히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이후 순서는 독일 헤리티지 펀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 규모는 5300억원 가량으로 미상환액은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판매사는 신한금융투자, 하나은행, NH투자증권, 우리은행, 현대차증권, SK증권 등이다. 금감원이 빠르면 이달말에서 다음달 초 분쟁조정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 속도도 빨라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뿐만아니라 자산운용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환매중단 사모펀드뿐 아니라 새로운 의혹들이 금감원 조사에서 드러나면서다. 1세대 가치투자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린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최근 잇따라 금감원의 '차명 투자' 의혹을 받고 물러났다. 강 회장은 운용사 정기 검사 차원에서, 존리 전 대표는 제보 확인차 나간 검사에서 의혹이 발견됐지만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강 회장, 존리 전 대표뿐 아니라 유튜브 등에서 유명세를 탄 펀드매니저 등이 금감원 기획조사 선상에 올랐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 금감원의 정기·수시 검사에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뤄지자 여의도 증권가는 대혼돈에 빠졌다. 검찰 출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취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 부활 등으로 걱정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증시 침체 여파로 대다수 증권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사정기관의 압박으로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저작권자 © 파이낸셜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