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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금년 8월 수원 다세대 주택 세모녀의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은 한국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며, 폭우로 침수된 서울 반 지하 주택 거주 일가족 사망은 불평등과 함께 기후변화가 가져온 참사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일본에 앞서는 세계1위이며, 일본의 출산율(1.34)보다 낮은 초저출산율(0.81)은 인구감소에 따른 한국 경제성장의 정체와 경제규모 축소를 예고하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사회에 심각한 불평등 위기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소득불평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성장이며 기술진보·세계화가 뒤를 잇는다. 김종인 전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OECD와 IMF도 극심한 불평등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결론을 냈다며, 한국에서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위기가 닥쳐올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과 불평등 관계, 중산층이 감소하는 양극화 현상 및 저 출산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일 것이다.
중세와 근세 초 농업생산력이 발전하고 도시가 성장하던 유럽에서도 대토지 소유 영주, 자유농민, 하층에 속하는 빈농, 무토지 농민 사이에 불평등이 뚜렷이 존재했다. 대항해 시대인 16세기 말 신대륙에서 유입된 대량의 금과 은이 유럽 국가들에 가격혁명(인플레이션)을 일으켜 정액지대를 받던 영주계층의 재정을 궁핍하게 만들고 상대적으로 농민의 경제적 여건이 개선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1800년 이후 제국주의 시대에 전 지구적 수준으로 자유로이 상품과 자본이 이동하는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가 간 소득격차 뿐 아니라 국가 내 불평등도 증가하였다.
17세기 프랑스 루이 14세의 절대왕정이 정점을 지난 루이 15세 재임 중 사회비평가 장 자크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4)에서 불평등에 재산(富), 신분과 지위, 권력 및 개인적인 재능 등 네 가지가 있으며 그중 재산의 불평등을 근원적인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평등했으나 신분과 재산의 불평등이 극에 달하는 마지막 도달점인 전제군주정하에서 시민의 권리와 자유가 완전 박탈되기 때문에 힘으로 왕을 타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구체제(앙시앵레짐)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 자녀 다섯 명을 고아원에 보내며 사회적 불평등을 경험한 루소는 한 귀족부인에 보낸 편지에서 “내 자식들의 빵을 도둑질 하는 것은 당신네들 부자들”이라고 비판했으며, 루소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프랑스 혁명(1789)이 일어났다.
쿠즈네츠(1955)가 경제성장 초기에는 소득불평등이 확대되지만, 선진국이 되면서 불평등도가 감소한다는 가설을 제시한 이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세계 각국의 국민소득, 경제발전과 소득불평등의 상관관계에 대해 실증연구를 했으나, 현재까지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다.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은 경제성장을 통해 빈곤을 탈출하고, 소득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거대한 불평등(The Great Divide)’(2015)에서 약화된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미래에 투자하는 정책 혹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다면 미국은 경제체질이 강화되고, 평등성이 강화된 사회로 발전하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스티글리츠는 1980년대 초 미국 정부의 부유층 감세정책이나 금융부문 규제완화 이후 미국 내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었으며, 불평등이 총수요 감소를 통해 2008년 경기대침체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반면 동아시아 국가들은 정부주도로 과학·기술과 교육·기간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가장 성공적인 경제개발을 이룩하였고, 계층 간 동반성장으로 불평등을 낮추고 중산층 사회를 구축했다며 특히 1인당 국민소득 55,000$에 불평등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싱가포르는 불평등한 미국에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도 경제적 평등을 이루면서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한 사례이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 (2014)에서 1800년대 이후 장기간에 걸친 불평등을 분석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경제성장은 느려진다고 하였다. 피케티의 분석은 한국의 불평등 진단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은 해방이후 이승만 정부 하에서 문맹율이 80%인 1949년에 6년제 초등교육을 무상으로 받는 의무교육제를 도입하였으며 일본인 소유 적산의 몰수와 불하, 1949년 농지개혁을 통한 자작농 증가 및 한국전쟁으로 인한 재산의 대량파괴 등으로 1950년대에 자산소유의 불평등 완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1960년대에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국민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으며, 1963-1991년간 경제발전 5개년 계획추진으로 년 9.5%의 고도 경제성장을 하면서 소득불평등이 개선되고 중산층이 증가하였다.
우리사회에 두텁게 형성된 중산층의 의식변화는 1987년의 민주화선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92년 이후 강성노조와 급격한 임금인상을 피해 기업들이 중국, 동남아 등 저임금 지역에 진출함으로써 국내 투자가 감소하고,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실업이 증가하는 등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2003년 이후 참여정부의 분배위주 정책은 소득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1997년 IMF사태 이후 현재까지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심화는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한국경제의 장기적 저성장을 가져온 요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기, 미·중 무역·군사 갈등, 탈세계화 진행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어 가는 추세에 있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대량실업 발생과 중산층 붕괴가 경제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자, 반도체·전기차·의약품 등 첨단기술 분야의 글로발 공급망 재편을 위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및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을 적극 추진하여 2022년에 만들어지는 신규 일자리가 34만개에 이른다.
한국 정부는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 국내 기업 투자 및 외국인직접투자 유치를 확대함과 동시에 빈곤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불평등 완화를 위한 복지정책 강화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실업을 줄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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