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칼럼] 정의란 무엇인가? 능력주의의 결함을 보완하기
[김진혁 칼럼] 정의란 무엇인가? 능력주의의 결함을 보완하기
  • 김진혁
  • 승인 2022.10.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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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직업에 귀천이 없고 일의 존엄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부의 양극화와 능력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나기 때문이다. 능력주의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배분하자는 정치철학으로 경제적 자유주의와 관련이 깊다. 누구나 공정하게 기회를 제공한다면 능력(업적)에 맞게 보상받는 게 정의롭다는 평가다. 단순한 평등보다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감수하는 것이다. ‘스카이캐슬’드라마는 치열한 한국의 입시경쟁을, ‘오징어게임’은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안겨주는 능력주의의 결함으로 볼 수 있다. 정의를 이야기할 때 분배의 정의가 생각난다. 목적물의 분배에 있어 물질과 비 물질, 권리와 의무를 포함한다. 분배받는 대상자의 공정은 물론 분배의 결정권은 국민이 가져야 한다. 즉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 자유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제공돼야 한다. 둘째로, 사회의 직위와 직책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야 하고, 사회적 또는 경제적 불평등이 최소화 되어야 한다. 하버드 대학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기득권 계층이 자신들의 성공을 노력의 결과로 믿고 자만심을 갖는 것이 빈부격차 심화의 원인”이라며 이런 현상을 공정하다는 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일갈한다. 정의의 세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벤담의 '공리주의'다. 두 번째 관점은‘자유주의’다.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고 국가 개입을 최소화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수 없다. 이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라는 공동체주의자로서 세 번째 관점을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도덕적 사고란 혼자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노력해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과정을 중시하면서 정의를 판단하는 세 가지 기준으로는 행복, 자유, 미덕을 든다. 즉, 정의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혹은 사회 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사회에 좋은 영향으로 끼쳐야 하는 지로 정의로움을 결정해야 한다.
샌델은 소수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공리주의, 오로지 ‘개인’의 관점에서 공동체를 배제하는 자유주의를 비판하며, ‘시민’의 관점에서 공동체를 중시하는 공동체주의적 정의론을 제안한다. 그러나 공동체주의는 구체적인 원칙이나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난점이 있다. 자칫 공동체 우선주의로 흘러 개인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되기도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도덕적 사고를 혼자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노력해 얻어야 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각각의 판단방식을 존중하면서 공동체주의로 나가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클린턴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사상가로 칭찬을 한 마이클 샌델의 스승이기도 한 롤스는 자신의 저서 <정의론>에서 정의의 원칙을“평등한 최초의 입장에서 합의 대상”이라고 제시한다. 예를 들면 어느 공공기관 신규채용에서 선발인원이 모두 여성이 되었다고 정의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공정한 절차와 심사를 거쳤기 때문이다. 필하모니 관현악단 오디션에서 여성 트럼펫 연주자로 합격했다. 블라인드테스트를 거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정한 결과를 얻기 위한 핵심 요소로 ‘운의 중립화’를 말한다. 운의 중립화란 삶의 출발선상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규제하는 것이다. 출신 지역, 성별, 빈부격차 등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우연하게 주어진 조건을 배제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의 중립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 롤스는 그 조건으로 무지(無知) 상태를 언급한다.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운이 돌아가게 할 수 있는 요소를 모르도록 해야 한다. 무지의 장막이란 블라인드 오디션과 유사한 구조로 학력이나 성별 등을 배제하고 평가해 실력 있는 인재를 선발한 것처럼,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무지의 장막을 치고 평등한 조건에서 토론해 정의의 원칙에 걸맞은 합의를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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