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훈 칼럼] 인도, 한국형 새만금사업으로 국가의 운명을 바꾼다
[백병훈 칼럼] 인도, 한국형 새만금사업으로 국가의 운명을 바꾼다
  • 백병훈
  • 승인 2022.10.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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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93년 전, 인도의 어느 시인이 한편의 시(詩)를 동아일보에 보냈다.

그는 시를 이렇게 시작했다.“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대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한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찬란한 빛이 되리라.”벽안(碧眼)의 그 시인은 암담했던 일제 강점 시절,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위안과 격려를 담은“동방의 등불”이라는 송시(頌詩)를 동아일보에 기고했던 것이다.

우리 백성들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 그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가슴에 품었을 터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인도 출신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1861-1941)가 그였다.

일제의 강압을 견뎌내고 살아남았던 한국에서 6.25전쟁이 발발하자 인도는 즉각 627명의 의료진을 파견하고 제60야전병원을 개설하여 한국전에 참전했다. 이제 우리도 인도에 빚을 갚을 때가 됐다. 인도가 세계를 환하게 비추는 커다란 등불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할 차례다.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나라다. 살펴보자.

인도는 고대 인더스문명의 발상지이자 페르시아문화와 인도 고유문화가 결합되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신앙의 나라”이기도 하다.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중근동, 아시아를 섭렵하는 천혜의 전략적 요충지에 경제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나라다. 세계의 경제, 교역, 금융, 군사, 정치, 문화, 과학기술 등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강한 잠재력의 국가라는 뜻이다.

이런 인도의 국토면적은 세계 7번째다. 끝없이 펼쳐지는 평야가 스쳐지나가고, 드넓은 비옥한 토지가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1954년 프랑스의 로베르 기랑 기자는 중국을 세계 최고의“6억 푸른 개미”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인도의 인구는 내년에 중국을 추월하면 14억을 넘어 세계 1위가 된다. 영국의 영향을 받은 인도는 안정적인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갖추었고, 55년 전에 이미 핵실험을 실시한 핵보유 국가다. 방대한 규모의 군사력에 사정거리 5,000Km를 넘는 미사일 보유 국가다. 제3세계에서 가장 큰 국력을 가진 국가이다. 느리지만 거대하게 압도적인 코끼리 같은 나라다. 그런데 코끼리는 인도를 상징한다.

이뿐인가? 서기 538년, 십진법체계의 아라비아 숫자를 만든 나라답게 뛰어난 수학 실력을 바탕으로 IT 강대국으로 도약했다. 대다수 국민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국제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세계적 대학도 있다. 세계적 공업국이나 경제소비국 세계 1위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거리의 역동적인 생동감에서 그들 희망의 단초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인도가 극복해야 할 난제들도 산적해 있다. 극심한 빈부격차, 농촌 빈민들의 도시유입으로 인한 불결한 천막촌과 판자촌이 도처에서 확인된다. 이로 인한 도시환경의 열악과 환경오염, 보건위생의 문제도 심각하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과 거대한 빌딩의 숲이 있는가 하면, 그 옆에는 낡은 건물과 불꺼진 쪽방촌이 서로 공존하는 사회이기도하다. 결코 철폐되지 않을 것만 같은 카스트신분제도, 치안의 불안, 도심 교통시스템의 부재등도 문제다. 도시형 SOC 사업의 구축이 절실한 나라다. 땅덩이가 너무 넓어 경제적 효율성도 떨어지고 농촌인구가 도시로 몰려든다. 농촌의 공동화(空同化)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일이 있다.

이처럼 격동의 한 복판에 수도 뉴델리를 재치고 인도 제1의 도시“뭄바이”가 있다. 인도대륙 서부 해안변에 위치하는 옛 이름이 봄베이였던 뭄바이를 지금 세계가 주목한다. 제2의 두바이로 보여 지기 때문이다. 놀라운 속도로 변모하는 도시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그 놀라운 변화의 동력이자 핵심은 뭄바이 지근거리에 위치한 캄바트만(灣)을 가로지르는 30Km의 거대한 댐을 건설하는“칼파사르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모든 소원을 성취하는 호수를 의미한다는“칼파사르”(Kalpasar)를 따온 이 프로젝트는 인도의 국가적 숙원사업이자 인도의 미래를 결판 낼 현장인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바꿀 인도“국가대개조사업”은 여기서부터 출발할 것이다. 한마디로“인도판 새만금사업”이다.

1975년부터 이 사업을 착안했던 인도는 한국의 새만금사업의 장엄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에 힘입어 천천히 그러나 야심찬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우리측도 지원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공사 타당성 조사와 생태적, 환경적, 사회적 그리고 재정적 영향 등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한국의 새만금사업처럼 거대한 댐을 건설하여 농장관개, 담수, 도시건설, 산업용 등 복합적 목적의 건설을 진행한다. 세계 최대규모 10,000백만 입방 미터를 저장할 수 있는 담수공사는 식수와 농업, 공업용수 부족이라는 인도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완성될 댐 위를 달릴 10차선의 도로와 기차철길 공사가 댐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댐 건설의 토지매립은 한국형 신도시건설과 산업단지 조성으로 중근동 최대 규모의 제조업 메카로 부상할 것이다. 도로와 철도 교통망과 운송시스템의 혁명적 개혁, 어업⸱농업⸱식량사업의 획기적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풍력발전, 운하, 항구개발, 관광지 개발도 동시에 진행된다. 특히, 현 모디 총리가 인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는 속도를 더 낼 것이다. 캄바트만은 모디 총리의 고향 구자라트 주와 인접해 있다.

인도“칼파사르 프로젝트”에 한국의 기업, 젊은 기술인과 인재들이 참여할 수 있고, 현지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헤겔은“세계는 그것을 합리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 프로젝트의 대열에 동참하고, 타고르의“동방의 등불”을 고맙게 회상하면서 지난 날 인도에 진 마음의 빚을 갚으면 어떻겠는가?

백병훈 약력

건국대 비교정치학 박사

국가연구원 원장

프라임경제신문 사장

한국정치심리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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