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훈 칼럼] “죽음의 백조”가 한반도로 급히 날아 온 사연
[백병훈 칼럼] “죽음의 백조”가 한반도로 급히 날아 온 사연
  • 백병훈
  • 승인 2022.11.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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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한⸱미 연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불침번 폭풍)이 종료됐다.

이 과정에서 그 어떤 한⸱미 군사훈련에서도 볼 수 없던 북한의 강력한 도발이 있었다. 과거 한⸱미 연합훈련 기간이나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시기에 북한은 도발을 자제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이 위기의 순간에 한반도에서“죽음의 백조”와“영토완정 사상”이 격돌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도 쉬지 않는 미사일 발사 도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200여대에 가까운 전투기의 동시 위협출격, 동⸱서 바다에 대한 포격 등 사상유례 없는 북한의 강력한 무력도발과 위협이 가해졌다.

이에 맞서 한⸱미군은 즉각 및 상응적으로 대응했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B61-12 전술핵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한⸱미 공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가 대거 출격했다. B61시리즈는 미국의 전략·전술 겸용 수소폭탄으로 지하관통력과 파괴력이 높아 악명이 높은 전술핵무기다.

연합훈련 마지막 날에는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미공군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죽음의 백조”가 5년 만에 한반도로 날아와 훈련의 대미를 장식했다.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는 아름다운 백조의 모양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 속에는 핵폭탄은 물론 무려 60톤에 달하는 각종 폭탄과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공격과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막강한 미군의 전략자산이 북한의 도발에 화답하기 위해 한반도에 전개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번 시리즈의 1차전이다.

북한은 이번 도발에서 “정당방위”와 “자주권” 보호를 들고 나와 강변했다. 정례적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자신들에 대한 적대적 도발행위로 여기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그 어떤 절박함의 신호일까 아니면, 생존위협에 대한 보호본능이 발동된 행동이었을까?

단순히 핵 무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었을까? 훈련이 끝났다고 북한의 도발이 멈춘 것은 아니다. 7차 핵실험도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그들의 이같은 행동이 가능한 것은“핵 무력”완성과“영토완정”사상이라는 섬뜻한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그것의 출발은 김일성의 “정치군사관”(政治軍事觀)에 있다.

1945년, 원폭 투하로 일본의 패망을 지켜 본 김일성은 핵의 가공할 위력에 전율했고, 미국의 핵 공격으로 자신의 공산정권이 괴멸될 수 있다는 것을 크게 우려했다. 사실 6.25전쟁 1년 뒤 미 극동군 총사령부는“철의 삼각지”평강에 전술 원폭투하를 검토했었다. 김일성은 이때부터 핵폭탄만이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고 남조선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스스로를‘자기신념화’했다. 이렇게 시작된 핵개발은 오늘날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가가 되도록 했고,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단계까지 당도하도록 했다.

핵개발과 더불어 북한은 핵투발 수단인 미사일 개발에 본격 나섰다. 중국과 소련의 미사일을 복제하거나 역추적 공법으로 기술을 축적해 오는 눈물겨운 노력 끝에 2년 전,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 열병식에서“괴물”로 불리워 마땅할 거대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선보이는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이처럼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와 정권 수호를 위한 힘 있는 방패막이는 오직 핵무력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국제사회의 고립과 살인적 궁핍이라는 고난의 역사를 스스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런 북한이 한⸱미에 대한 적개심과 도발을 멈추지 않는 것에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갖고 있다. 김일성이 북한정권을 수립한 1948년 9월 9일 다음날, 최고인민회의 제1차회의는 정부 정강 제1항에서“국토완정과 민족통일”을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것이“영토완정(領土完整)”사상이다. 사회주의체제로 한반도 전역을 완전히 정리하여 통일한다는 것을 뜻하는 북한용어이다. 김일성‘정치군사관’의 요체(要諦)이다.

세월이 흘러 2017년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성공으로 전략핵무력을 완성했다는 날, 북한은 특별성명을 발표해 핵무력을 개발하고 완성한 목적이 국가주권과 영토완정을 수호하고 인민들의 평화로운 생활을 보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여기서 영토완정을 수호한다는 것은 국가의 자주권에 속하는 영토주권을 수호한다는 뜻이다. 그런대, 금년 9월 최고인민회의가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면서 영토완정이라는 개념을 다시 재확인했다. 김일성의 빛바랜 항일무장투쟁의 추억이 미래의 21세기 버전의‘정치군사관’으로 변전(變轉)한 것이다.

한마디로, 남한에서 영토의 주권이 행사되지 못하는 상황은 곧 북한의 자주적 발전에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영토완정”을 서둘러 한반도 전역을 사회주의⸱공산주의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아직도 남한이 제국주의세력과 미국추종세력에 의해 강제 점령당한 미수복지역이라고 여기는 미몽에 빠져있음을 스스로 확인해준 셈이 아니겠는가? 여기에 더하여 작년 4월 김정은은“2036년 사회주의 강국원년”건설 목표를 대담하게 설정해 놓고 있는 터이다. 북한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의 2차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래서 생각해 본다. 미국 초기 대통령 존 애담스는 초대 부통령과 2대 대통령이다. 미국 건국 주역 중 한사람인 제퍼슨의 정적이고, 그 아들 존 퀸시 애덤스는 6대 대통령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는 정치와 전쟁을 연구해야 한다. 그러면 아마도 나의 자식들은 수학과 철학을 연구할 만한 자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나의 손자들 세대는 그림과 시, 음악 그리고 조각 등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누리게 될 것이다.”

뭔가 가슴에 와 닫는 이야기가 아닌가. “죽음의 백조”는 이 이야기를 전하려고 먼 길을 달려 온 것은 아닐까?

백병훈 약력

비교정치학 박사

프라임경제신문 주필, 사장

한국정치심리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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