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어기선 기자] 1982년 1월 5일은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날이다. 야간통행금지는 역사가 오래됐다. 조선시대에도 야간통행금지가 있었고, 해방 이후에도 야간통행금지가 있었다. 이런 야간통행금지가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에 의해 해제됐다. 그러면서 0시부터 04시까지도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불야성을 이루게 됐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밤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그만큼 치안이 좋은 것은 물론 야간통행금지 해제로 인해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통금이란

야간통행금지는 밤에 허락받지 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범죄율을 강제로 낮추기 위해 과거에 많이 시행했던 규범이다. 조선시대에는 인정이 울리게 되면 특별한 직업이 아닌 이상 밖을 다닐 수 없었다. 태종 때부터 초경 3점(오후 8시)부터 오경 3점(다음날 오전 4시 30분)까지 통행을 금지시켰다. 세조 때는 이경(오후 9시)부터 오경(다음날 오전 3시)로 완화했다. 통금을 어길 경우 경무소에서 밤을 보낸 후 다음날 곤장을 맞고 풀려났다. 다만 저녁 7~9시까지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했고, 대신 남성들의 통행을 금지시켰다. 이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맥아더 포고령에 의해

해방 이후 통금은 1945년 9월 7일부터 더글러스 맥아더 포고령에 의해 실시됐다. 그리고 1982년 1월 5일까지 통금이 이뤄졌다. 처음에는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까지였지만 나중에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로 단축됐다. 하지만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전국으로 확대했고, 1961년부터는 0시부터 04시까지였다. 다만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는 통금을 늘리기도 했다.

통행증 갖고 다니던 여성들

물론 통금에는 예외가 있었다. 제주도와 울릉도는 1964년 통금이 해제됐다. 충북은 1965년 해제했다. 그리고 주요 고속도로, 석탄, 시멘트 등 산업단지, 생필품을 운반하는 수송수단, 경주시 등 관광지 등은 통금 제외 대상 지역이었다. 이런 이유로 밤새도록 술 마시고 싶으면 가까운 관광지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데이트를 주로 관광지로 한 것도 통금 때문이다. 특정 날짜에도 통금 해제가 이뤄졌는데 주로 부처님 오신 날, 크리스마스, 신정 등이다. 이런 이유로 직장인들에게는 석탄일이나 성탄절, 신정은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통금 시간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여성들도 있었는데 일본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생관광 종사자들이었다. 그녀들은 통행증을 갖고 호텔 등으로 찾아가서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경찰서에서 피의자들에게 설렁탕 먹인 이유

통금이 예외인 식당이 있었다. 그것은 설렁탕집이다. 설렁탕집은 24시간 뼈를 고아야 하기 때문에 통금 시간에도 영업을 하게 허가를 해줬다. 그리고 24시간 운영되는 관공서는 경찰서와 소방서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서에 붙잡혀 온 피의자들에게 설렁탕을 먹이게 됐다. 밤에 붙잡혀 온 피의자들에게 경찰관들이 먹일 수 있는 야식으로 설렁탕 이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경찰서에 붙잡힌 피의자들은 설렁탕을 먹는 것이 관례가 됐다. 다만 최근에는 다양한 음식이 배달되기 때문에 굳이 설렁탕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1982년 통금 해제 이후에도 여러 가지 사유 때문에 통금이 실시된 일이 있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통금이 실시됐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밤 9시 혹은 밤 10시부터 일부 다중이용시설, 요식업소 등 점포 내 취식이 금지됐었다. 하지만 엔데믹 상황이 되면서 이제는 통금이 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