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 국산 초음속 전투기 시제 3호기가 우렁차게 하늘을 날았다.

2023년 1월 5일, KF-X 사업을 통해 개발된 국내 첫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가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2021년 출고식을 거행한 후 시제기 1, 2호의 시험비행에 이은 3호기의 첫 시험비행이었다. 이로써 우리 손으로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 시대가 본격 막을 올렸다.

KF-X 사업은 지난 40년 가까이 한국공군의 주력 기종이었던 F-4(팸텀)와 F-5(자유의 투사) 시리즈를 대체한다. 아울러 급변하는 미래 전장환경에 부합하는 4.5세대 다목적 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후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5세대 이상의 성능을 갖는 전투기 확보를 목표로 삼는다.

시제 4-6호기는 지상에서의 각종시험과 시험비행 준비를 마친 후 곧바로 비행시험에 나선다. 시험비행은 2026년 2월까지 진행되며 이 기간 항공기체계, 훈련체계, 군수지원체계 등의 시험평가를 거쳐 체계개발을 완료하게 된다. 자체 기술로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는 지금까지 미국,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스웨덴, 중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 대만에 이어 한국이 13번째다. 가슴 벅찬 순간이다.

그런데, 보라매의 시험비행 성공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특별하다.

101년 전, 일본으로부터 고국방문 비행에 나섰던 조선 최초의 비행사 안창남(1900-1930)이나, 일본과 중국에서 비행을 배워 창공을 날으면서 애국심을 불태우고 일제에 맞섰던 민간, 혹은 군인으로서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 권기옥, 이정희 여사의 생애가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이 뿐일까? 건국 후 온 국민이 참여한 ‘항공기헌납운동’으로 사들여 온 T-6(건국호)의 눈물겨운 사연, 6.25 발발 다음 날 비행대장 자격으로 주일 미군으로부터 비행기를 인도해 온 뒤 작전 수행 중 안양 상공에서 산화한 이근석 대령의 F-51(무스탱) 이야기, 급조한 폭탄을 맨손으로 적군 머리위에 투하할 수밖에 없었던 L-4(연락기)의 가슴 저린 사연 등도 있었다.

이렇듯 하늘과 비행기에 대한 애틋한 사연들이 KF-21의 성공적 시험비행으로 오버랩 된다. 실로 건국 75년만의 일이며, 국산 전투기 개발에 나선지 22년만의 쾌거다.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KF-21은 KF-X 사업을 통해 개발된 국내 첫 초음속 전투기다.

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 “최신예 국산전투기 개발”을 선언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진행되어 왔다. 한국의 공군전력 유지와 첨단과학화, 입체화된 미래전장에서 절대우위의 작전수행 능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자체 항공기 개발과 생산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KF-21 체계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자체 개발한 국산 항공기로 자주국방 수준을 한층 높이게 된다. 또한, 항공기술의 국제적 비교우위 경쟁력 확보와 해외 각국이 발주하는 전투비행기 개발은 물론 성능개량 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우주경제”시대에 걸맞는 항공우주시장 도전의 기반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런 KF-21의 개발목표는 최첨단을 지향한다. 세계 각국이 채용하고 있는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AESA 레이더 탑재, 최신 버전의 항전장비, 스텔스 기능, 첨단 정밀유도무기, 그리고 10개의 무장장비를 갖추고 고기동에 높은 생존성과 운용의 효율성을 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KF-21의 앞길에는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작년 일부 언론은 KF-21이 첫 시험비행 단계에서부터 결함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37분이라는 짧았던 비행시간과 시속 400Km의 저속 비행속도를 지적했다.

시험비행은 2026년 초도 납품 때까지 2,000번 이상 치뤄야 하는 절차과정이다. 따라서 이번 시험비행은 그 첫발에 불과하다. 지금은 연구개발한 무기체계에 대한 개발시험의 평가와 군 운용시험 평가를 거쳐야하는 “체계개발”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성능확대 작업과 무수한 확인, 검증, 개선이 반복될 것이며 개선을 위한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반복될 것이다.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할 일이 아니다. 어느 국가도 무기획득과정은 이런 지난한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왔다.

다만, KF-21 사업은 2028년까지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갖는 “한국형 장거리 공대지미사일”(ALCM)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기본설계 취지를 살려 우리의 기술력과 주어진 시간과 자금으로 체계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다행히 2019년부터 21년까지 ALCM에 대한 탐색개발을 통해 한국형 타우러스 개발의 기술을 확보했고 지난달부터 체계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지켜 볼 일이다.

무엇보다 방위산업의 요체는 국산화율이다. KF-21 사업에서 국산화율은 65%다. 그러므로 각 핵심 계열부품의 국산화 달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차제에 4.5세대를 넘어 6세대 전투기까지도 바라보는 야무진 장기적 비전도 갖추자. 자랑스런 KF-21의 우렁찬 장도를 기원한다.

백병훈 약력

비교정치학 박사

한국정치공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