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 칼럼] 저출산 대책의 기원과 해법
[정인준 칼럼] 저출산 대책의 기원과 해법
  • 정인준
  • 승인 2023.02.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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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리뷰] 1347년부터 4년간에 걸쳐 프랑스, 영국 등 중세 유럽에 유행했던 흑사병으로 당시 베네치아와 파리의 인구 절반이 사망하는 등 8천만 명의 유럽 인구 중 2천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1750년 까지 유럽에서 제2차 흑사병 유행이 계속됐다.

런던 성공회는 흑사병으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의 82%를 차지한 1604년부터 1661년 까지 사망표 (週間 출생, 사망, 어린이 세례를 기록)를 작성 보관하였는데, 영국 런던의 시의원을 지낸 존 그라운트(John Graunt)가 최초로 표본추출 방식을 사용해 사망표 분석 연구를 한 것이 통계학, 인구학의 효시가 됐다.

그라운트는 1662년 출간한 ‘사망표에 관한 자연적 정치적 제 관찰’에서 런던 한 가구가 평균 8명으로 구성되고, 48,000가구가 있는 것으로 가정하여 런던의 인구를 38만4천명으로 추산했다. 그라운트가 작성한 연령별 생존 가능자 테이블 표에 의하면 당시 런던에서 16세 까지 사망률은 60%로 전형적인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인구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그라운트의 저술 발간 136년 후 케임브리지 대학 특별연구원이던 토마스 맬서스는 32세이던 1798년에 유럽의 인구에 관한 논문과 각국 정부의 출생·혼인·사망에 관한 보고서를 분석해 익명으로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1826년 6판 발행)을 발간했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생존자원(식량)이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25년 마다 두 배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인구가 생존자원 한계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힘에는 적극적인 예방과 자발적인 예방적 억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맬서스는 전쟁, 전염병, 빈곤 등 을 적극적 억제 요인으로 개인의 궁핍, 가족부양이 가능한 소득수준의 일자리, 자녀 교육 등을 고려한 만혼, 독신 등을 예방적 억제 요인으로 분류했다. 인구증가의 예방적 억제방안은 1960년 대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피임, 산아제한 등 가족계획 정책으로 현실화됐다.

맬서스는 1799년 당시 인구 304만 명인 스웨덴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인 산과(産科)병원, 고아원 설립과 외국인 이주에 부정적 견해를 보인 반면, 신규 경작지 개간 규제 철폐, 자녀에 농장 분할 등 농업생산 증대방안을 긍정 평가했다.

식량생산의 제한 내에서 인구증가가 억제될 것이라는 맬서스의 주장과 달리 1750년 이후 유럽의 인구는 폭발적 증가했다. 인구폭발은 산업혁명에 따른 공업화와 녹색혁명 등 경제성장으로 생긴 소득 증가로 결혼과 출산을 억제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 시대적 배경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호주의 대형 화재, 북극 빙하 해빙 등은 인류가 지구 자원을 한도 범위를 넘어 개발 사용하면서 생긴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바, 인구와 자원을 일치시키려던 맬서스의 인구론은 ‘탄소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현 시점에서 재평가돼야 할 것이다.

UN 인구추계에 따르면 1804년 10억명이던 세계 인구는 218년 후인 2022년 11월에는 80억명으로 증가했고, 2100년에는 108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13억명에서 2100년 42억명으로 인구가 크게 증가할 아프리카에서는 현재도 상당수 인구가 빈곤상태에 있으나, 세계적 수준에서 식량생산 부족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북미와 유럽을 합한 인구는 2100년 현재 수준인 11억명을 유지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으며, 미국,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인구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인구 감소에 대응하여 육아지원, 여성의 일·가정 양립 및 이민 등 저출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현숙은 ‘인구위기 국가 일본’(2021)에서 서유럽을 모델로 근대화와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메이지 유신 이후 1950년 대 까지 인구폭발을 경험한 일본이 1975년(합계출산율 1.91명) 이후 나타난 저출산 현상의 70%는 미혼율 증가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으며, 고령자에 편중된 사회보장제도, 인구위기를 가속하는 ‘지역 간 격차’와 일본 정부의 지방 살리기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정현숙은 저출산 문제해결의 기본원칙으로 ‘인구정책에 대한 국민이해제고’, ‘육아의 사회화’, ‘문제해결에 젊은이의 참여’ 및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 지원’을 제시했다. 특히 합계출산율이 1.5명인 상태를 지속하면 두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절반으로 감소하고, 1.0명 이하로 지속된다면 두 세대 만에 출생아는 1/4로 감소한다며, 국가 공동체 존속을 위해 저출산 정책의 당위성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류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문화대국이 된 한국의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이에 따른 장기 국가소멸 가능성은 이제 해외 언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로마인 이야기’를 저술한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 멸망은 인구감소’때문이라며 ‘출산 감소를 방치한 나라 중 부흥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저출산 및 자살률 세계 1위,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빈곤율 OECD 1위라는 인구 위기에 대응함에 있어 헝가리 등 유럽의 인구정책 보다는 한국 보다 20년 앞서 자살률 세계 1위, 저출산·고령화,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경험한 일본의 인구정책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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