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이창원 기자] 중흥토건과 대호종합건설 등 건설현장에서 연이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현장이 근로자들의 ‘무덤’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 판결이 올해 나왔지만 판결 결과가 너무 가볍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중흥S클래서 현장서 신호수 사망
8일 고용노동부 및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경 경기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중흥S클래스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신호수로 근무 중이던 A씨(신호수, 남성, 63세)가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해당 현장의 시공사는 중흥토건이다.
이날 사고는 40대 B씨가 몰던 덤프트럭이 공사장 출구를 나서다가 갑자기 후진해 후미에 서 있던 A씨를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난 출구 부근에는 공사 차량 바퀴에 묻은 흙을 씻어내는 세척기가 설치돼 있었다.
당시 B씨는 차량 바퀴에 묻은 흙을 다시 세척하기 위해 정차한 뒤 후진하다가 A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를 당한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현재 경찰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B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대호종합건설 현장서 로프 풀려 추락사
또한 같은 날 오전 7시55분경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대호종합건설 부평동 오피스텔 및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C씨(하청, 남성, 52세)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C씨는 지상 4~6층(3개층) 외부 도장 초벌 작업 중 1층 바닥으로 20층 옥상에 지지하던 고정로프가 풀리면서 약20m 하부 지면으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추락 방지 그물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로프가 왜 풀렸는지 등 사고 원인과 건설현장에서 안전조치 의무가 지켰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사고 내용을 확인한 후 작업을 중지시켰으며, 현재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망사고 유독 많았던 6일
유독 이날은 전국적으로 건설 현장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전 8시20분경 강원도 홍천군 소재 버섯농장 신축 현장에서 C형강 하역 작업 중 재해자가 화물트럭 적재함에서 C형강과 함께 떨어지며 깔려 사망했다.
같은 날 오전 10시50분경 경기도 양주시 소재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화재피난구 난간
고정 작업 중 20m 아래 지상으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오전 10시10분경 경기도 성남시 소재 아파트 균열보수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준비하던 재해자가 20m 아래 지상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1호·2호 판결 나왔지만...
지난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건설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1호와 2호 판결이 연달아 선고됐지만 이른바 ‘물렁한(?)’ 판결이라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1호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첫 유죄가 나온 사건으로, 지난해 5월 하청 근로자 E씨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 동구 요양병원 증축 현장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법원은 원청인 온유파트너스 대표이사 J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어 2호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첫 실형이 나온 사건이다. 법원은 지난해 3월 경남 함안군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보수를 담당하던 하청업체 근로자가 떨어진 방열판에 깔려 사망한 사건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대표이사 G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 '원님 재판'이 됐다는 느낌”이라면서 “1호 판결은 단독판사 관할이라서 그러려니 했지만, 2호 판결은 합의부 관할이라서 법리에 충실한 논거가 구체적으로 설시될 것을 내심 기대했다”고 귀뜸했다.
같은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2호 판결이 1호 판결보다도 실체적 진실의 발견 및 법리와 좀 더 거리가 먼 판시를 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