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리뷰=전수용 기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한국벤처투자(이하 한국벤처)가 9조원에 달하는 모태펀드를 내실 있게 운용한다며 부대표직을 신설했다.
하지만 정작 임명된 신상한 부대표는 직전까지 5년간 무직으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임명 절차를 위반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 이어 전문성 없는 졸속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동주 의원이 한국벤처 주주총회에 제출된 신 부대표의 이력서를 확인한 결과, 신 부대표는 2017년 한국벤처 상근전문위원 재직을 끝으로 아무런 경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아울러 한국벤처는 신 부대표의 상세 경력을 제출해 달라는 이 의원의 요구에 “신 부대표가 5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앞서 신 부대표는 지난달 22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최종 선임됐다. 그 과정에서 주총 소집 절차를 위반하고 모든 회의의 결정이 서면으로만 진행돼 제대로 된 검증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신 부대표는 박근혜 정부 당시 한국벤처 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정부에 우호적인 영화만을 선별해 지원했다는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논란에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대표 역할 대행 적절한가
이렇게 최근 5년간 무직인 신 부대표의 경력은 한국벤처가 기존 사내이사를 부대표로 조정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한국벤처는 부대표직 신설에 관해 “9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의 위상을 고려해 대표의 역할을 대행할 수 있는 부대표직 신설이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밝혀왔다.
민간자금의 출자를 유도하기 위한 한국벤처의 모태펀드는 중기부·문체부·과기정통부·고용부·보건복지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해 조성되는 펀드로 부처별 출자 목적 및 특성에 따라서 운영된다.
올해 9월 기준 약 9조 원이 조성·운영 중이며, 모태펀드의 회수액도 약 3조8천억원에 달한다. 민간자금 출자까지 합치면 자펀드는 38조5000억원 규모로 운영된다.
신 부대표의 전문성이 인정되는 영화분야는 모태펀드 전체로 보면 비중이 미미하다. 최근 5년간 모태펀드 누적 출자현황을 살펴보면 총 17조8천억원 중 중소기업진흥에 7.7조원, 혁신모험 3.6조원, 문화 1.4조원, 특허 1.3조원이 쓰였다. 문화계정과 별도로 운영되는 영화계정은 2376억원으로 전체 출자금 1.3%밖에 되지 않는다.
부대표직(사내이사)은 모태펀드를 총괄해 운용하고 특히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진흥계정을 전문성 있게 들여다보는 인사여야 했기에, 이전 사내이사는 중기부 출신의 인사가 주로 임명돼왔다. 하지만 현재는 전문성도 제대로 된 경험도 없는 인사가 급하게 임명된 것이다.
추천에서 승인, 의결, 임명까지 이틀만에 초고속
이와 함께 신 부대표 임명과정은 기관장의 추천에서 중기부 장관의 승인, 주총의 결의, 이사회의 의결까지 단 이틀 만에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관장의 추천과 중기부 장관의 승인은 어떠한 증빙 문서도 없는 구두 추천과 구두 승인으로 처리됐다.
이동주 의원에 따르면 한국벤처는 지난달 21일 유웅환 대표이사가 신 부대표를 추천했고, 같은 날 이영 중기부 장관이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앞선 19일부터 23일까지 핀란드와 덴마크를 방문하는 해외 출장 중이었다. 한국벤처는 추천과 승인이 모두 구두로 이뤄졌다고 했지만, 이를 확인할 어떠한 공문서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대표이사의 추천과 장관의 승인이 같은 날 동시에 진행된 후 한국벤처는 21일 곧장 주주총회 소집통지서를 발송했다.
주주총회 소집을 의결해야 하는 이사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소집통지부터 한 것이다.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10차 이사회는 다음날인 22일 개최됐고, 같은 날 주주총회와 신 부사장을 최종 임명하는 11차 이사회가 모두 같은 날 서면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신 부대표 임명에 이동주 의원은 “전문성도 경험도 없는 낙하산 인사를 대표가 구두로 추천하고 장관이 구두로 승인한 것은 최악의 인사행정”이라며 “자격 미달 인사에게 수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 또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과거 블랙리스트 논란이 있는 인물에게 중소·벤처기업의 출자까지 맡길 수는 없다”라며 “중기부와 한국벤처는 신 부대표 선임을 전면 철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