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이후 세무조사 ‘철퇴’로 추징 반복... 자발적 납부는 이번이 처음
[파이낸셜리뷰=최용운 기자] 탈세 의혹으로 과세당국 ‘철퇴’를 맞아온 기업이 모범 납세기업으로 ‘개과천선’해 ‘고액 납세의 탑’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관심이 쏠린다. 오너 일가가 편법 증여로 물린 세금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과세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대한항공이 주인공이다.
8일 세무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제58회 납세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모범 납세기업으로 고액 납세의 탑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2022년 법인세 7823억원 납부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했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총 8605억원을 납부한 셈이다. 대한항공의 지난 2022년 영업실적은 매출액 13조4127억원, 영업이익 2조8836억원, 당기순이익 1조779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금탈루로 과세당국 ‘철퇴’ 맞아 온 대한항공
‘모범 납세기업’ 대한항공의 지난 30년간 납세 태도는 모범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세 회피, 상속세 및 증여세 관련 세무조사 결과 세금탈루로 인한 추징 등 세금과 관련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도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족은 조세당국이 부과한 증여세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지난해 패하고 2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과세당국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18년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끝에 같은 해 1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 총 140억여 원을 부과했다. 조 회장 등은 이에 불복해 과세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세금에 대한 대한항공과 오너 일가가 대하는 태도의 일면이라고 지적한다. 과세당국도 이들의 태도를 지적하듯 수 차례 세무조사를 통해 ‘철퇴’를 내려왔다.
2021년에는 에어버스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서울국세청 조사4사국이 진행한 ‘특별세무조사’ 결과 대한항공과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앞서 2018년에는 대한항공에 대한 정기세무조사와 함께 칼호텔네트워크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도 동시에 진행했다.
오너 일가의 절세를 위한 편법 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월 과거 ‘땅콩회항’ 논란의 주인공이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사장이 고(故) 조양호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구기동 주택의 지분을 가족들에게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택을 미술관으로 용도변경해 세금혜택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서류상으로는 용도변경했지만 여전히 주택 상태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주택을 미술관으로 변경하면 주택이 아니므로 다주택자에게는 재산세와 종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주택의 지분을 나눠 보유한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원태 회장, 조현민 사장이 편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1993년 이후 법인세 ‘자발적’ 납부 전무... 민망한 ‘모범 납세기업’
정부로부터 모범 납세기업 상을 받은 대한항공은 지난 1993년 이후 거의 30년간 자발적으로 법인세를 납부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모범 납세기업이라는 호칭이 민망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본지가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대한항공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자발적으로 법인세를 납부 금액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10조원대 매출과 수 천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나타나 법인세를 면제받아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감가상각 과대계상에 따른 영향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대한항공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10년 누계 매출액은 무려 112조9593억원에 영업이익은 8조677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10년 치 감가상각비가 16조5189억원으로 영업이익의 2배 수준에 이르고 당기순이익은 8299억원에 불과했다.
10년 동안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시기는 2017년과 2021년, 2022년 3개년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7개년도는 당기순손실로 기록됐다. 이에 따라 현금흐름표 상에 기록된 현금 유출없는 비용으로 법인세비용 10년치 합계는 6121억원에 불과했다.
연평균 10조원이 넘는 매출에 1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당기순이익은 7개 회계연도가 손실이 발생하는 재무제표가 만들어졌다. 항공기라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자산의 특성 상 감가상각비가 과대계상될 수 있지만 회계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손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역대 최고 탈루액과 추징액이라는 기록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 세무조사 결과, 당시 그룹 총수였던 고(故) 조중훈 회장이 구속되고 1조895억원의 조세 포탈에 대해 5416억원이라는 거액의 추징액이 부과된 바 있다.
1999년 세무조사 당시 ‘이전 6년 동안 세금을 안 냈다'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6년 전인 1993년부터 무려 30년 동안 자발적으로 법인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대한항공의 입장을 듣고자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