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단독 건조기 수준의 성능 맞추고자 구조 전면 재설계
대용량 히트펌프, AI 기능으로 에너지 효율 1등급 보다 -40% 향상
이무형 부사장 “가장 많이 고민했고 차별화 가져가고 있다고 자신”
[파이낸셜리뷰=박영주 기자] “소비자들의 요구는 꾸준히 있었지만, 세탁기와 건조기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단독 성능을 따라갈 수는 없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죠. 그저 그런 콤보 제품이 아니라 단독과 동일한 수준으로 만들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기초 기술에만 1년 넘게 걸렸습니다.”
11일 오전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 이무형 부사장은 세탁에 혁신을 가져다주는 신제품 ‘비스포크 AI 콤보’ 제품 개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기존에 세탁기와 건조기로 분리돼있던 것을 하나로 합쳐, 세탁물을 옮길 필요 없이 하나의 드럼으로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번에 진행하는 제품이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세탁용량 25kg, 건조용량 15kg으로 일체형 제품 중 국내 최대 건조 용량을 갖췄다. 일례로 실제 사용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킹 사이즈 이불을 건조까지 한번에 끝낼 수 있고, 셔츠 17장에 해당하는 분량(3kg)을 99분 만에 세탁하고 보송보송하게 말릴 수 있다.
과거에도 세탁기와 건조기 일체형 제품이 있었지만 ‘열풍건조’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기에 옷감이 손상되거나, 건조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리고, 에너지 효율이 최악이라는 단점들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단점은 보완하면서도 기존에 단독 건조기 수준의 대용량 건조를 구현하기 위해 무려 3년 간의 연구개발을 거쳤다.
이무형 부사장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존 형태를 가져가는게 편하지만, 단독건조기 수준을 맞추기 위해 모든 구조를 여러번 뒤집었다. 하부의 히트펌프를 콤팩트한 형태로 재설계해 상부로 옮기고 세제 자동투입 장치는 하부로 옮겼다. 열 교환기 면적이 클수록 성능이 좋기 때문에 단독 건조기 수준을 내면서 콤팩트하게 만드느라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전했다.
건조방식도 ‘고효율 인버터 히트펌프’를 갖춰 기존 건조기와 동일한 크기의 대용량 열교환기를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특허기술인 터브 일체형 유로(공기 순환) 구조를 개발해 콤보 제품이 가지는 구조적 제약을 극복했다고 밝혔다.
히트펌프 기술에 ‘하이브리드’를 더해서 열풍을 같이 사용하는데, 이는 에너지 효율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고 이 부사장은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세탁기와 건조기의 설치환경 자체가 베란다인 경우가 많은데, 겨울철 베란다 온도가 5~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상온에서의 에너지 효율 대비 2~30% 악화된다. 이를 보완하고자 열풍 히터를 사용해 성능손실을 보완했다는 것이다. 건조시 온도가 60도를 넘지 않도록 제어해 옷감 수축에 대한 소비자 우려도 최소화했다.
청소 문제 역시도 제품 내부에 직수로 연결돼 강한 물살로 열교환기를 세척하는 ‘직수 파워 오토 클린’ 기능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건조기의 먼지 필터 문제와 관련해서도 크기가 커지면서 청소주기가 길어졌다고 전했다.
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세탁물 1kg당 세탁시 소비전력량이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최저 기준보다 40% 낮을 정도로 에너지 효율이 우수하다. 스마트싱스를 통해 비스포크 AI 콤보의 AI 절약 모드를 설정하면 세탁시 최대 60%, 건조시 최대 30%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특히 ‘퍼실 코스’는 세제회사 퍼실과 협업한 결과물로, 에코버블 등의 알고리즘을 세제와 매칭해 비스포크 AI 콤보에 딱 맞는 세제를 퍼실이 개발했다. 퍼실 코스를 사용하면 에너지 절감 등의 효과가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고성능 칩과 타이젠 OS를 기반으로 한 7형의 대화면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터치스크린으로 집안일을 하면서 놓치기 쉬운 전화‧문자를 수신하거나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며 빅스비를 통해 “세탁기 문 열어줘”, “AI맞춤코스 시작해줘” 등 음성제어도 가능하다.
오버 스펙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세탁기를 통해 냉장고‧TV까지 컨트롤 가능하고, S24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주창한 ‘AI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더욱 공고히할 계획이라고 사측은 설명했다.
이무형 부사장은 “일체형 세탁·건조기는 단독 건조기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모든 설계 방식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했다”며 “3년의 연구개발 끝에 마침내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비스포코 AI 콤보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경쟁사인 LG전자에서 먼저 일체형 제품을 출시한 만큼, 삼성전자 제품 만의 차별성을 묻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 부사장은 “개발할 때 목표를 높게 잡았었다. 다른 제조사들도 많은 연구를 하겠지만 성능 측면에서는 저희가 가장 많이 고민했고 차별화 가져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이번에 출시한 신제품의 목표 판매량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건조기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전체 시장의 보급률은 높아질 것이라 기대했다.